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철학을 갖고 있다. 거의 매일 기업 현장을 찾아 기업인들의 애로사항과 애환을 전해 듣고 정책에 반영시킨다. 최근 정양호 조달청장을 만나 공공 조달시장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하반기에 최종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공 조달시장 규모가 112조원에 달하지만 기술개발을 소홀히 한 채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들이 많은 만큼 해외수출, 연구개발(R&D) 등 노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줄 생각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마다 개성공단 피해기업 3~4곳을 찾아 판로와 인력, 자금, 기술 지원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대체부지 마련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대체부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부지 제공 컨설팅을 하고 인력의 경우에는 새터민과 장년인턴제, 청년인턴제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청이 설립된 이래 20년 만의 첫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누구보다 기업 현장의 고충을 잘 알고 있어 현장에서 문제해결의 해법을 찾아 이를 정책에 반영시킨다.
그는 현대오토넷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현대오토넷을 우리나라 자동차 전자전장 분야 대표기업으로 육성시켜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오토넷이 독일의 벤츠,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전장품 공급자로 선정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벤츠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퇴짜를 맞던 시절이었다.
그는 다양한 진출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던 중 해법으로 독일의 ‘자동차 부품 생태계’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벤츠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품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계 및 소재, 디자인 등 분야별 기술만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술전문기업(ESP)과 현대오토넷 엔지니어들이 팀을 꾸려 독일 기업이 원하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기업 경쟁력은 개별기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별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주 청장은 경쟁력이 월등한 산업생태계를 갖춘 나라에 있는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고 믿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무작정 지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과거 경험 때문이다.
/서정명·백주연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