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영화 '해어화'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배우 한효주-천우희

한효주 "친구 질투하는 역할에 연민

악역이라고 생각한적 없어"

천우희 "사랑 뺏는 연기 부담에 탈모 와

4개월간 미친듯이 노래연습했죠"

말을 아는 꽃 ‘해어화’는 ‘기생’을 의미하지만, 영화 ‘해어화’는 ‘예인’이 되고자 했던 두 여인의 드라마로 봐야 한다. 가요가 태동하던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전통 성악곡 정가(正歌)의 명인인 ‘소율(한효주)’과 신식 가요에 꼭 맞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가 사랑과 노래를 두고 마음을 겨루는 이야기.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소율’과 ‘연희’의 옷을 각각 입은 두 여배우의 자태와 연기다. 따뜻한 봄날, 꽃처럼 피어난 스물아홉 동갑내기 두 여배우를 만났다.



■한효주, “소율의 삶 가슴 아파... 악역이라고 생각 안 해요”


“소율의 세계는 노래와 연희와 윤우, 세 가지가 전부인데 이걸 어느 날 갑자기 모조리 잃어버리는 거예요.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연희가 내가 사랑하는 윤우와 노래로부터 인정을 받는 거죠. 자기 세계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셈인데, 그렇다면 누구나 조금은 나쁘게 변하지 않을까요.”

한효주는 ‘해어화’에서 권번이 낳은 최고의 예인이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로 점점 변해가는 ‘소율’을 연기했다. ‘한효주의 첫 악역 도전’이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배우는 “소율이 악역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 안에서는 너무 연민이 가고 안쓰러운 여자였어요. 시간이 흘러도 욕망을 놓지 못하는 처절하고 가여운 여인. 저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악역은 아니라지만 ‘해어화’가 한효주의 색다른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한효주 본인도 영화 속 자신의 얼굴에 낯선 느낌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 “‘복사꽃’처럼 말갛고 깨끗했던 소율의 얼굴이 점점 비극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긴 했는데, 그런 얼굴은 저부터 많이 낯설어서 많이 놀랐어요. 관객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

배우에게 이번 영화는 그 밖에도 새로운 도전이 많았다. ‘정가’라는 이름마저 낯선 노래를 부르고 권번 최고의 예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춤도 뽐낸다. 보는 이들도 깜짝 놀랄 만한 노인 분장을 한 건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했다.


“모든 도전이 완벽할 순 없었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기에 후회는 없어요. 저의 20대 마지막을 온전히 이 영화에 쏟았기 때문에 언젠가 돌아봤을 때 생각이 좀 더 많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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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연희 심경 표현하는 게 너무 힘들어 탈모까지 왔어요”

“결과적으로 제일 친한 친구의 남자를 뺏는 역할인 건데, 제가 생각하는 연희는 좀 달랐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오해를 최대한 줄여가는 것이 연기의 목표였죠.”

‘해어화’에서 천우희가 연기한 ‘연희’는 소율의 가장 친한 친구지만 소율이 꿈꿨던 가수로서의 꿈을 먼저 이루고, 소율이 사랑했던 남자 윤우(유연석)와도 맺어진다. 소율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뺏어가는 친구로 여겨질 수밖에 없지만, 연희에게는 또 연희만의 사정이 있다. 가수를 꿈꾼 건 연희도 마찬가지였고, 남녀 간의 사랑이란 억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설명을 해보지만 ‘연희’의 캐릭터는 배우로서도 아쉽고 어려웠다. “정말 둘도 없는 친구인데, 그 옆의 남자를 좋아한다면 연희에게도 갈등이라든가 죄책감이 있었겠죠. 헌데 그런 부분이 작품에는 너무 생략돼 있었어요. 이 친구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너무 제한적이고, 제가 어떻게든 최대한 이 친구의 마음을 압축해서 표현해내야 하는 건데....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이명도 오고 탈모도 왔을 정도예요(웃음)”

‘연희’는 ‘전설의 가수’라는 측면에서도 쉽지 않았다. “‘연희’는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거잖아요(웃음). 그럼 관객들이 제 노래를 듣고 단박에 설득될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하는 건데 너무너무 부담이 큰 거예요. 4개월 정도를 미치듯이 연습했죠. 정말 가수들은 대단해요.”

2004년 연기 활동을 시작했지만 배우 천우희가 주목받은 것은 2011년 ‘써니’, 2013년 ‘한공주’부터다. 다소 늦은 듯한 출발이지만 배우는 그것이 싫지 않다고 했다.

“‘한공주’로 말하자면 스물 여섯에 고등학생 역할을 한 건데, 어색하지 않았잖아요(웃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저는 너무 만족스러워요. 한발, 한발 꾸준히 해나가고 싶으니깐, 조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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