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 기자가 11일 지역구를 찾아 만난 유권자들은 정확하게 삼분된 입장을 보였다. 전주 완산구 효자동 휴먼시아1단지 노인정에서 만난 이혜숙(52·여)씨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예산도 많이 갖고 온다고 하고 동네도 더 좋아진다니 1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신동에서 만난 박현상(35)씨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지지하기 때문에 더민주 후보를 뽑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만난 손주경(56)씨는 “이쪽 정서는 3번이다. 국민의당 경쟁력이나 정체성보다 친노패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후보가 맞붙으면서 표가 분산된 탓에, 새누리당 후보로 첫 전북 당선을 노리는 정운천 후보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이정현 의원(순천·곡성)이 당선된 뒤 ‘예산 폭탄’ 선물을 안겨줬던 경험이 이곳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후보는 “열 명 야당 의원 몫을 하겠다”며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장관(농림수산식품부)을 지낸 힘 있는 여당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여당의 등장을 통한 정당정치의 복원과 지역 발전의 새로운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지금껏 뿌린 씨앗에 싹이 터서 올라오고 있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효자동 휴먼시아1단지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새누리당은 밉지만 인물 보고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최형재 더민주 후보는 “결국 2번을 뽑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접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간 쌓아올린 더민주의 지역 조직력과 풀뿌리 여론이 선거 당일에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 밑바닥 조직의 표심을 쥔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더민주 소속인 탓이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결국 이곳 조직력이 어디로 가겠냐”고 했다.
최형재 후보는 이날 유세용 트럭을 타고 아파트 단지 곳곳을 돌면서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최 후보의 딸 정서(24)양은 트럭에 함께 올라 마이크를 잡고 “아버지에게 한 표를 달라”고 함께 유세에 나섰다. 최 후보는 기자와 만나 “바닥 정서는 더민주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호남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원하는데, 결국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실력이 어디에 있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여당은 호남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주민들이 그런 것을 다 알기 때문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 후보 중 유일한 국회의원 출신(18대 전주 완산을)인 장세환 후보는 국민의당을 향해 늘고 있는 지역 여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전북 지역 10곳 중 9곳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합동 유세를 갖고 ‘녹색 바람’의 확산을 유도했다. 장 후보는 함께 전주에서 출마한 정동영(전주병)·김광수(전주갑) 후보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세 후보의 초접전 양상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과 리얼미터가 5일~6일 전주을 표심을 조사한 결과, 정운천 후보(29.6%)-최형재 후보(28.8%)-장세환 후보(23.5%)가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 양상을 보였다. 이 결과는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주=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