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소풍

홍성란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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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여기서 저만치 사이 우리가 간다. 여기서 저만치 사이 꿈을 꾼다. 여기서 저만치 사이 일대사를 건다. 여기서 사랑을 하고, 저기서 전쟁을 한다. 사이사이 웃다가 운다. 피안행 버스인 줄 알지만 모두 차안에서 내린다. 비탈길 돌아가는 여기는 어디쯤일까? 우리가 살아 무겁게 여겼던 일은 정말로 무겁고, 가벼이 여겼던 일은 정말로 가벼운 것이었을까? 내가 꾸는 꿈속에 당신이 지나는가, 당신의 꿈속에 내가 지나는가? 복사꽃이 떨어져 땅바닥에 닿는 사이, 소멸한 별빛이 광년을 지나 이 땅에 닿는 사이, 어머니의 젖무덤과 대지의 흙무덤 사이, 여기서 저만치는 얼마나 짧고도 긴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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