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금배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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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을 곰곰 생각해보면 평안 감사가 그만큼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 평안 감사가 있다면 요즘에는 금배지(국회의원)가 있다. 이제껏 금배지가 싫어져서 그만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금배지도 저 싫으면 그만’으로 속담을 바꿔도 될 듯싶다.


금배지를 달고 싶어하는 이유는 물론 진짜 금배지에 있지 않다. 금배지는 사실 금배지가 아니라 은배지다. 99% 은으로 제작하고 미량의 금으로 도금했을 뿐이다. 하지만 고작 3만5,000원짜리 금배지를 다는 순간 그 뒤로는 100가지 특혜가 따라온다는 말이 회자될 만큼 어마어마한 권력이 주어진다. 국회의원은 한 해 1억3,796만원 플러스 알파의 세비를 받고 매달 일반수당·입법활동비 등으로 1,031만원을 챙긴다. 여기에 정근수당(연간 646만원), 명절휴가비(775만원) 등을 고려하면 울트라 초특급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월세 낼 돈이 없어 집 대신 보트에서 산다는 영국 의원 얘기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면책특권’과 회기 중 동료 의원들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처럼 아예 이름부터가 특권인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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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단한 금배지임에도 과연 특권만큼이나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19대 국회 법률가결률은 40%로 역대 최저다. 16대 63%, 17대 50%, 18대 44%니까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 생산은커녕 모이기만 하면 싸워 국민을 힘들게 하니 국회(國會)의원이 아니라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가격과 가치는 다른 말이다. 금배지의 가격은 온갖 특권을 돈으로 환산하면 나올 것이다. 금배지의 가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봉사가 아닐까. 13일 총선으로 300명의 금배지가 탄생했다. 20대 국회는 특권 대신 봉사를 추구해 금배지의 진정한 가치를 빛냈으면 좋겠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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