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국회에 출석을 자주 안 하거나 입법 활동이 부족하면 차등적으로 세비를 깎는 등 불성실 의원에 대한 페널티 부과 등의 방법을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진정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을 만나고 싶습니다.” (권순창·44·서울 동작구)
“지난 19대 국회는 ‘당파 싸움’만 기억납니다. 민생은 뒷전이면서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20대 국회는 대립과 갈등이 난무하는 구제불능이 아닌 양보와 화합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으면 합니다.” (민태운·57·인천 남동구)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진 13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주권 행사를 위해 발걸음을 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하는 짓들을 보면 바랄 게 없다’ ‘싸우기만 하는 국회, 정나미가 떨어진다’ 등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도 있었지만 투표용지에 빨간 도장을 꾹 눌러 찍고 나온 이들 대다수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국민을 우선에 둔 진짜 정치’에 대한 바람이 간절했다.
서울 성북을 지역구 길음2동 제2투표소 앞에서 만난 심은혜(31)씨는 “처리해야 할 법안은 내버려두고 그저 싸우면서 시간만 끌다 졸속 통과해버리는 행태가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유독 지난해는 더 심했다”며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데 세금을 들여 국회의원에게 월급을 줄 필요가 있을까, 국회의원직이 자원봉사제도로 바뀌어도 이렇게 서로 하려고 덤벼들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20대 국회는 제발 ‘밥값 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는 국회’ ‘계파 싸움만 하는 국회’라는 오명은 이미 각종 지표로도 드러났다. 제19대 국회 성적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는 법안가결률만 봐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법안 처리 속도 역시 가장 느려 입법 효율성 최하위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규제개혁 과제의 입법 효율성 분석 및 경제활력 제고 방안’ 보고서를 보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1만7,752건 중 지난달 기준으로 7,129건이 처리돼 법안가결률은 40.2%를 기록했다. 이는 15대(73%)와 16대(63.1%), 17대(51.2%), 18대(44.4%)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다. 1개 법안당 평균 처리기간도 517일로 역대 국회 중 가장 길었다. 김덕수(60·김천시 평화동)씨는 “사실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는 않다”며 “다만 의원들이 당론이라는 미명 아래 거수기에만 그치지 말고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온갖 비효율로 점철됐던 지난 국회에 실망한 국민들은 하나같이 실행력을 앞세운 ‘일 잘하는 국회’를 열망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 이어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라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인기영합(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유성철(38·부산 동구)씨는 “지금 당선을 위해 내뱉는 입에 발린 헛공약은 4년 동안 큰 상처만 남긴다”며 “기득권 싸움에 민생을 뒷전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실성 있는 정책에 대한 바람도 간절했다. 김화현(25·서울 성북구)씨는 “이번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니 지역에 경전철을 짓겠다느니, 큰 건설사업만 유치하겠다느니 하는 현실성 없는 정책들만 나열됐다”며 “정말 국민이 필요한 게 뭔지 제대로 살펴 좋은 입법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구지영(37·서울 마포구)씨는 “양심 하나만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며 “거창한 공약보다 약속한 정책을 꼼꼼히 실행하는 진짜 정치일꾼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전국종합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