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독식 구조가 깨진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지역주의의 벽에 도전한 후보들이 당선의 기쁨을 얻었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가장 돋보이는 당선자는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대구에 세번째 도전해 여권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꺾었다. 김부겸 후보는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대선까지 노릴 수 있는 대형 정치인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에서 공천 배제돼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 출마한 홍의락 후보도 야권 출신이 대구의 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 후보는 더민주에서 컷오프된 것이 전화위복이 돼 고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후보는 야당 텃밭인 전남에 유일한 빨간색을 그렸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면서도 당내 공천 주도권 싸움을 멀리하고 일찌감치 지역에 올인한 데 따른 성과로 분석된다. 지역에서 이 후보의 진심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전북에서는 전주을의 정운천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됐다. 정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2010년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전북도지사에 출마해 낙선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북 지역에 국민의당 바람이 강하게 부는 와중에서도 정 후보만은 당선 가능성이 점쳐졌고 결국 지역독식 구조를 깬 주인공이 됐다.
전통적 여권 강세 지역이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더민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9대 때는 조경태 의원만이 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김영춘(부산진갑), 박재호(남구을), 전재수(북구강서갑) 세 명의 당선이 유력하다. 김영춘 더민주 부산시당위원장 중심으로 오랜 시간 지역에 공을 들였고 부산 출신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 대한 애정을 가진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결과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후보가 동반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경남에서 지역의 벽을 넘은 점은 분명한 성과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경남 창원성산에서 당선됐다. 노 후보의 당선은 지역구도를 깬 것뿐만 아니라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후 창원에 진보정치의 깃발을 다시 꽂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