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당지도가 3당 체제로 바뀌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유력한 3당이 각축하는 체제가 탄생한 것은 지난 1996년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돌풍을 일으킨 후 20년 만이다. 지역과 계층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누려온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이 정치지형을 바꾼 힘으로 분석된다. ★관련기사 2·3·4·5·6·8·9·10·12·13·14면
13일 전국에서 4·13총선 투표가 마무리된 결과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압승하고 정당투표에서도 예상 외의 큰 지지를 받아 유력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당은 지역구에서는 더민주의 텃밭인 호남을 자신들의 기반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고 비례대표에서는 친(親)새누리 보수층의 표심을 잡았다. 개혁·민주 성향 유권자와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 동시에 지지를 받은 것은 한국 정당사에서 거의 처음 있는 일일 뿐 아니라 ‘중도 실험’이 성공했다는 면에서 정치적 의미도 크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대 국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 등에서 아무리 작은 뜻이라도 관철하려면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더민주 역시 새누리당에 맞서려면 국민의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19대 국회에서 법안처리 지연의 원인이 됐던 국회선진화법은 사실상 의미를 잃었고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국회의 이념지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주류세력은 중도보수 성향이다. 더민주도 총선과정에서 좌파적 색채를 덜어내 국회 내 논의가 한층 보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보수적 정책연합을 탄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대표의 앞날은 훨씬 밝아졌다. 이번 성과를 사실상 혼자 힘으로 일궈내면서 제3당 지도자이자 유력한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안철수 대표가 더민주 탈당 당시부터 구상했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즉 새누리·더민주와 함께 20대 국회를 3분한 뒤 에너지를 모아 대선으로 간다는 전략도 일단 성공했다. 앞으로 안철수 대표는 대선으로 향하는 전략을 한층 여유 있게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3당 체제’를 퇴행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자민련 붕괴 이후 오랜만에 지역당이 탄생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국적 지역주의를 끝내기 위해 기울였던 국민적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지역주의가 본격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호남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전국 정당화에 실패한 점은 국민의당의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