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으로는 더민주에 뒤지지만 야권 최대 텃밭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더민주와의 전투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 민심이 떠난 가장 큰 배경에는 ‘친노 패권주의’가 자리한다. 정치평론가들은 13일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누적된 피로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친노계 좌장 문재인 전 대표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서도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이때마다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친노계는 당 주류로서 건재했다. 책임지지 않는 친노를 향해 야권의 최대주주(호남)가 직접 불신임 투표에 나선 것이라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던 ‘호남 홀대론’도 불신임의 기저에 깔려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대북 송금 특검을 실시해 거물급 호남 정치인들을 법정에 세웠다. 호남 정치인과 정권 사이의 충돌도 노무현 정부 임기 동안 끊이지 않았다. 전북 출신의 고건 전 총리와 정동영 의원이 당시 청와대와 빚었던 크고 작은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홀대론이 설득력을 얻은 정점은 노무현 정부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대목이다. 김욱 서남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호남의 지지로 당선됐으면서도 호남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읍소 행보로는 이같이 14년간 쌓인 불만의 벽을 한꺼번에 넘을 수 없었다. 김욱 교수는 “읍소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말과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며 “더민주를 지지해주지 않으면 야권이 분열되고 그 책임은 호남에 있다는 겁박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호남의 지지와 정계은퇴를 연결시키려면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어야 한다”면서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유용하 정치평론가 역시 “본말이 전도된 발언”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해주지 않으면 대권행보를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호남의 지지가 없으면 야권에서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욱 교수는 “호남 사람들이 이번에 선택의 기회를 찾았다”면서 “더민주가 계속 호남을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표밭으로 여긴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