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성난 BP 주주들 'CEO 연봉인상' 막았다

실적 악화로 감원.배당 축소에

주총서 '20% 인상안' 부결시켜

실적악화를 이유로 대규모 감원까지 단행한 영국 정유업체 브리티시패트롤리엄(BP)이 최고경영자(CEO)의 임금을 인상하려다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하는 망신을 당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날 BP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밥 더들리 CEO에게 전년 대비 20% 오른 총 1,960만달러(약 225억원)의 보수를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사전투표에서 주주의 59% 가 반대표를 던지면서 이 안건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BP 주총에서 경영진 보수와 관련된 안건에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주주 반란에 앞장선 것은 잉글랜드연기금이다. 연기금 대표로 출석한 애덤 매튜는 이날 표결에 앞서 진행된 주주 발언에서 “BP의 실적을 감안할 때 CEO의 연봉 수준이 도덕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경영진을 공격했다. BP 보수위원회 책임자는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보수를 지급하는 게 회사의 목적”이라고 반박했지만 실적악화에 성난 주주들은 연기금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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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는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52억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5,000여명에 달하는 직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주총 당일에는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줄일 수 있다는 선언까지 이어졌다.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유업계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는 배당금 유지까지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CEO 임금 인상은 성난 주주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전투표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BP 측은 일단 CEO 보수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칼헨릭 스반버그 BP 의장은 주총 직후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의사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내년에는 CEO 보수와 관련된 정책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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