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독과점 업종이 소폭 줄었지만 정유·자동차·맥주·위스키 등 일부 업종의 쏠림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예의 주시하고 경쟁 촉진 정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광업과 제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지난 2013년 기준 시장구조조사 결과 독과점구조 유지산업이 56개로 지난해보다 3개 줄었다고 발표했다. 독과점구조 유지산업은 업계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인 독과점이 5년간 이어진 업종이다.
올해는 준설선, 항공기용 엔진, 석탄 채굴, 제철 등 10개 업종이 새로 독과점 산업에 포함됐지만 인삼식품, 주방용 전기기기 등 13개 업종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광업과 제조업 전체 출하액이 소폭 하락한 반면 사업체 수는 늘면서 독과점 유지업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배와 맥주·위스키·정유·승용차·화물차 등 전통적으로 독과점을 이어온 업종의 쏠림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담배와 맥주·위스키는 순부가가치비율(영업이익률의 대체지표)이 광공업과 제조업 평균보다 높으면서 연구개발(R&D) 비율은 낮다. 연구개발 투자 없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종에 대한 경쟁 촉진 시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송정원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맥주는 시장집중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담배와 위스키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신규업체 진입 벽이 높은 정유와 승용차·화물차 업계에 대해서는 담합 등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예의 주시할 방침이다.
다만 공정위의 시장구조조사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시장구조조사는 2009~2013년의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에 3년이 지난 현재의 시장집중도와 차이가 날 수 있다. 맥주는 최근 수입 맥주 판매 호조로 경쟁이 심화됐고 위스키도 대체재인 와인 수입이 더 많아졌다. 송 과장은 “2013년에 대한 통계청의 데이터가 2014년에 나오고 이를 분석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2015년 말이 된다”면서 “추가 연구용역을 통해 최근의 시장상황을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