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마이너스 금리가 몰고 올 위기

금리 낮아질수록 투자 주는등

금융위기 이전 사고방식 안통해

중앙銀, 작은 은행들 집중해

자금 필요한 중기 숨통 틔워줘야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필자는 앞서 지난 1월에 올해 경제상황이 지난해만큼이나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올 초 세계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수개월 만에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왔고 최근 들어 한층 악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총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을 비롯한 일부 중앙은행들은 경제학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 중에 성장률이 높아지거나 완전 고용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곳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일부에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등 예상 밖 현상만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에 중앙은행들이 세운 정책 모델과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진 것이다. 일례로 ECB는 2011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유로화 위기는 더 심화했고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으며 디플레이션까지 초래됐다.


그동안 중앙은행들이 정책 모델을 조금씩 수정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 경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낡고 잘못된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플러스 금리가 효과가 없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된다는 식이다.

관련기사



이러한 믿음이 성공한 적은 없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심지어 마이너스 2%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실질금리가 낮아질수록 기업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수년 새 실질금리가 낮아진 미국과 유럽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장과 설비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2000년 8.4%에서 2014년 6.8%로, 유럽연합(EU)에서는 같은 기간 7.5%에서 5.7%로 각각 수치가 줄었다. 대기업들이 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사업을 확장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들은 금리가 떨어지자 수천억에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대기업들이 왜 돈을 쌓아두는지는 중소기업의 경우를 보면 설명이 된다. 중소기업들은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전부터 대출을 받기 쉽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처지다. 즉 중소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만기 1년 이하 초단기 국채(T-bill) 금리로 돈을 빌리기 어렵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은 주로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는데 은행이 정한 대출금리와 국채금리 간 차이가 커 자본 조달비용이 많이 든다. 일부 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기 일쑤고 대출을 받으려면 부동산 등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처럼 시장 수요가 줄고 고실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은행들은 대출해줄 의향도 능력도 없으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국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3~4%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장될수록 은행들이 받는 수익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지므로 은행들은 규제당국이 틈을 보이면 대출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 들 것이고 대출은 더 감소할 것이다.

이 밖에도 마이너스 금리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저금리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본집약도가 높은 기술에 투자하게끔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증가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고용을 더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이자소득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 부유한 노년층의 소비를 위축시킨다. 그렇게 줄어드는 소비 규모는 저금리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는 것보다 크다. 셋째, 많은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등 기존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금의 흐름을 개선해 은행들이 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은행들의 방만한 경영과 탐욕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중앙은행들은 아직도 대형은행 위주의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투자와 고용·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은행들에 더 집중해야 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중앙은행들이 잘못된 정책 모델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