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성장률 전망 2.8%로 하향> "경기부양 위해 통화정책 아껴둬야" 이주열 금리인하 시기 저울질

금리 내릴 여력 있지만 구조조정·재정 병행 필요

수출·기업투자 부진-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에

2분기 경제흐름 보며 이르면 6월께 단행 가능성



“금리 인하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아껴야 한다는 것이 통화정책의 원칙입니다.”


한국은행이 항로를 돌리고 있다. 연초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총선을 끝낸 정부는 구조조정의 고삐를 세게 당기기 시작했다. 선거판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한은 역시 경기부양을 위해 언제 등판할지 시점을 재고 있다.

당장 오는 21일 금융통화위원 네 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면서 ‘초보’ 위원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의 흐름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전망기관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성장하고 국제유가도 큰 폭의 하락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4분기 이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의 진행 속도도 살펴야 한다. 이른바 ‘삼박자론(재정+통화+구조조정)’이다. 이날 이 총재는 주요20개국(G20) 코뮤니케를 인용하며 “통화정책만으로 균형된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재정과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 3월 금통위와 비교해도 톤이 상당히 달라졌다. 당시 그는 “소비와 설비투자가 기대 이하지만 (현행) 기준금리는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주장했다.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은 3월 말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다. 이 총재는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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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가 ‘비둘기’의 모습으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경기회복세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낮춘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IMF를 비롯해 국내 민간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린 바 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추면서 3% 성장률 전망치를 고집하는 곳은 사실상 정부밖에 남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를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추가경정예산안과 신축적 통화정책 등을 고려한 ‘조건부’ 전망치다.

무엇보다 수출과 투자 부진의 여파가 컸다. 한은은 당초 2.2% 늘 것으로 봤던 상품수출 증가율을 0.8%로 대폭 낮췄다. 수출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월 전망 당시 3.8%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0.9%로 깎여나갔다. 특히 한은은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1.1%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설비투자의) 1·2월 실적이 매우 안 좋았던데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수출 감소, 재고 증가 등을 이유로 전망치를 크게 떨어뜨렸다”며 “하반기 이후 수출이 회복되면서 투자심리도 다소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 구조적 요인을 감안하면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부진했던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2·4분기부터는 내수 중심으로 완만하게나마 회복세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3%로 1월 전망 당시보다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막혀 재정정책을 제대로 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은 2·4분기 경기 흐름을 보며 당분간 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실제 정책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일러야 6월 아니면 3·4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현재 금리 수준은 실물경제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완화의 정도가 문제”라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등 정부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일본, 많은 신흥국까지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해왔지만 여전히 성장세가 미약하고 저물가에 직면해 있다”며 “정치적 요인 때문에 구조조정과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을 못 따라주는 게 사실이지만 같이 갈 때 경제주체에 신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호재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호재기자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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