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준비된 기업은 제2 엘리엇 안 두렵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 유통부문 대표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 유통부문 대표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태 유통부문 대표




1년 전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엘리엇펀드와 삼성물산 간의 분쟁이 최근 공식적으로 마무리된 모양이다. 펀드가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지분을 모두 팔고 손을 떼기로 했다.


이번 건은 펀드의 완패로 끝났지만 이는 최근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결말이다. 요즘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엘리엇뿐만 아니라 제프리 스미스(스타보드밸류)이나 대니얼 러브(서드포인트) 등, 이른바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기술 기업을 좋아한다. 특정 기간 (2014년 6월~2015년 6월)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패턴을 분석했더니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500 기업 중 195개 기업에 투자해 평균 타깃 확률 13%를 보였는데 기술기업은 이 확률이 22%였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및 기업을 좋아한다. 성숙한 산업일수록 성장을 위한 경영진의 역할 및 자본 배치의 우선순위에 대해 논란이 많고 주주 수익률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산업이 집중 타깃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필자가 일하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배당이 적고 자본 지출은 많으며, 자본수익률이 낮으나 부채가 적은 기업이면 타깃이 될 확률은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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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의 투자는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2013년 평균 시가총액 30억달러 미만 규모의 중형 기업에 투자했던 이들은, 2015년에는 시총 평균 270억달러 규모의 기업에 투자를 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소니·AOL·오라클·델·EMC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 최근 2년간 이들의 투자 대상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어떤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목표가 된 것을 ‘어쩌다 맞닥뜨린 불운’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술 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 역시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제2, 제3의 엘리엇은 언제든 또 올 것이다.

더구나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글로벌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악랄하게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던 기업사냥꾼들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평가가 대세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경영 개입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를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최선의 대응법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최선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점검하고 회사가 주주의 이익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입증해야 된다. 이들이 개입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방어에 좋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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