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 18일까지 계류 법안은 1만여건에 이른다. 21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열리는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가 끝나면 계류 법안들은 폐기돼 20대 국회에서 발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첨단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내놓았던 법안 역시 원점에서 재출발한다는 의미다. 경제계는 남은 회기에서 이들 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0대 국회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이들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식물국회’에서 ‘할 일 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 가운데 경제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이른바 노동개혁 4법이다. 경직된 고용형태를 유연하게 바꿔 변화가 빠른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청년·고령자를 위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실업급여 확대를 다룬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3개 법안은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55세 이상 근로자와 전문직 종사자,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근무 허용을 담은 파견법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당초 노동개혁법안들은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설계된 만큼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노동개혁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맞물린 첨단 서비스업 육성 법안들도 관심사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전통적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기업들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바이오를 결합한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서비스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낡은 규제를 풀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등 제도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해 규제를 해소하고 인력 육성과 R&D 지원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의료민영화의 법적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첨단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마찬가지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국 14개 시도에서 자율주행차·드론 같은 지역전략산업을 각각 지정해 관련 규제를 모두 풀어주는 내용을 담은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목표로 인터넷은행에 한해 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50%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지만 실패했다. 당장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 중인 각기 은행들의 최대주주가 되지 못해 반쪽짜리 인터넷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법 같은 지배구조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업들이 더욱 투명하고 튼튼한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20대 국회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4·13 총선 후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로 짜인 20대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9대 국회 남은 회기 동안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20대 국회가 19대 국회의 두드러진 특징인 불통 대신 적극적 소통을 통한 타협책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