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소원’이 웃기다는 건 확실하다. 개그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계속되는 폭소유발은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한 면모를 보인다. 다만 실컷 웃고 난 후 남는 감정은 찜찜함이다. 왜 웃음 뒤에 통쾌함이나 개운함이 없는지 모를 일이다. 영화가 오로지 웃음 하나만을 위해 다른 모든 미덕을 모두 저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웃음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배우들의 고군분투마저 금세 소거되고 말았다.
고등학생 고환(류덕환)은 수년째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발부터 시작된 마비는 거의 목 언저리까지 올라왔으며 아마 곧 심장에까지 다다를 것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슬픈 사실을 알게 된 가족과 친구들은 고환과의 추억 만들기에 나선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뛰는 마라톤을 계획하며 몸을 만들고, 어머니는 아들의 어릴 때 우상이었던 농구선수를 병실까지 불러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고환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아무렴 한창 혈기왕성한 10대 청소년의 마지막 소원이 이런 ‘감동적인 것’일 리가 있나. 고환은 가장 친한 친구인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에게만 진짜 속내를 털어놓는다. “꼬꼬마 어린애로 살다가 죽는 거 같잖아, 나 죽어도 어른으로 죽고 싶어. 섹스하고 싶다고! 섹스!”
고환의 마음을 백분 이해한다지만 남준과 갑덕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고는 싶지만, 해법이 막막하다. 두 사람은 주변의 모든 여자에게 ‘친구의 소원 성취’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다가 온갖 험한 꼴을 다 당한다. 실제 고등학생처럼 어설프고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배우 김동영과 안재홍의 모습이 웃음을 주는 가장 큰 요소이며, 친구를 위해 어떤(?) 위험도 불사한다는 지점에서는 약간의 감동도 준다. 불치병을 소재로 하지만 신파로 빠지지 않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영화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될 지점들까지 가볍게 접근함으로써 스스로의 미덕까지 퇴색시킨다. 죽음을 너무 무겁게 보지 않은 것은 장점이지만 성(性)까지 우습게 다룰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특히 고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상대로 직업여성이 등장한다는 설정에서는 참담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외국영화가 떠오르는 점도 찜찜함을 남긴다. 시한부 삶을 사는 친구의 첫 경험을 이뤄주기 위해 절친이 노력한다는 내용의 프랑스 영화 ‘내 친구의 소원(2009)’과 중증 장애인의 삶과 성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세션: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2013)’ 등이 스치는데, ‘위대한 소원’의 성취가 앞서 나온 이 두 영화보다 모자란다는 지점이 가장 아쉽고도 찜찜하다.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