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20대 국회 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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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법안을 의결할 때 가부동수일 경우 결정권을 쥔 한 표를 의미하는 것이 캐스팅보트(casting vote)다. 의회정치의 역사가 긴 영국도 하원의장은 결정권만 가지며 상원의장은 어느 것도 가지지 않는 등 나라마다 캐스팅보트 인정 여부가 천차만별이다. 우리 헌법 49조에는 국회의장 등 사회권을 가진 사람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가부 동수의 경우에는 부결된 것으로 한다.


이런 사전적·법률적 의미보다 다당제하에서 제3당의 역할을 통상 캐스팅보트라고 부른다. 우리 정치사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로 톡톡히 재미를 본 당이 자유민주연합이다. 자민련은 거대 여당이던 민주자유당 내 계파 갈등으로 김종필(JP) 총재 주도로 공화계 인사들이 분리돼 나오면서 1995년 창당됐다. 창당 다음 해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52석을 확보해 돌풍을 일으켰으며 이를 발판으로 이듬해 14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김대중·김종필(DJP) 후보 단일화로 승리하면서 공동 여당이 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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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으로 20년 만에 형성된 3당 체제에서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모로 닮아 있다. 자민련의 기반이 충청인데 반해 국민의당은 호남을 석권하며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역 기반을 허물었다. 다른 점도 있다. 자민련은 중도 보수에 가깝지만 국민의당은 중도를 표방하면서 진보에 가까운 편이다. 자민련은 중부권 신당인 국민중심당으로 일부 세력이 옮겨 갔고 마지막 잔류파들이 지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흡수되면서 2006년 소멸한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우리는 캐스팅보트가 아니라 선도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38석 확보에다 정당지지율에서 더민주를 추월한 것에서 고무된 것인가, 야권의 대통령 후보도 자당에서 나와야 한다고까지 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대선 국면에서 최대한 활용하려는 국민의당의 ‘의욕’때문에 20대 국회도 바람 잘 날 없을까 걱정이 앞선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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