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 기욤 고메즈 프랑스 대통령 수석 셰프 등 프랑스 대표 요리사 12명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일었다. 프랑스 유명 셰프를, 그것도 한국에서 한꺼번에 보는 흔치 않은 광경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계기는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 이틀 일정으로 열린 프랑스 미식(美食) 축제, ‘소 프렌치 델리스’에 참석한 것이다.
이들의 면면은 다르지만 대부분 동문수학한 사이. 프랑스 명문 요리학원인 르코르동블루나 에콜페랑디의 선후배인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는 르코르동블루가 사립 최고 명문이라면 에콜페랑디는 공립 명문으로 통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세대 유학파 탓인지 르코르동블루 나왔다고 하면 더 알아주는 경향이 있다. 10여년 전부터 한국 분교인 르코르동블루-숙명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영향도 크지 싶다.
하지만 에콜페랑디 출신의 실력도 만만찮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근래 들어서는 에콜페랑디 출신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 학교 출신으로 한불 수교 행사에 참석한 티에리 샤리에 프랑스 외교부 수석 셰프가 올 1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을 정도다. 내년 3월이면 프랑스까지 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음식 명장의 요리 수업을 직접 들을 수 있게 됐다.
에콜페랑디가 올 연말 한국에 한식과 프랑스식 교육 과정을 융합한 요리전문학교를 세우기로 했다는 보도다. 입학생 100명을 선발해 내년 3월 개교할 모양이다. 에콜페랑디가 해외에 분교를 내는 것은 96년 역사상 처음이란다. 무엇보다 3년 정규 교육과정에 한식을 필수로 넣었다니 반갑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가 우리의 독창적인 식문화를 인정한 듯해 기쁘기도 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 실력과 한식 DNA를 품은 ‘K푸드의 선봉장’이 많이 길러지기를 바란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