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대던 1933년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일화는 유명하다. 자신의 공약이었던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취임 100일 만에 거의 마무리 지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로 인해 ‘취임 후 첫 100일’은 지금까지도 새 정부의 목표를 수립하고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업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20대 총선이 마무리되고 새 국회 출범을 한 달 여 앞두고 있는 지금, 새로 취임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100일 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싶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계 유수 기업의 20명 CEO와 취임 후 100일의 경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이를 분석했다. 이들에게 다시 첫 취임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것인지 물었고 이를 통해 얻은 교훈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임원진을 평가하고 취임 후 30일 내에 조직 개편을 완료하라.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만큼 임원들에 대한 평가와 구성은 특히 중요하다. 조직 개편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변화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만큼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장기간 근무해온 임직원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경험을 높이 사라.
둘째, CEO 본인이 그리고 있는 비전을 전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임직원이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라. 세부 계획을 수립하기에는 취임 후 첫 100일은 짧다. 하지만 향후 중대한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기준이 될 기본적 가치는 초기에 아래까지 전달돼야 한다. 임직원들이 CEO가 설정한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쏟게끔 만들지 마라.
셋째, 습관을 조심하라. 본인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대형 스크린에 비쳐진다고 상상해보라. 새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임직원들에게 논의와 해석의 대상이다. 취임 후 첫 100일은 더욱 그렇다. 출근 시간, 인사하는 태도, 회의 시간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행동 하나하나가 관찰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과장이 아니다.
넷째, 재무제표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조기에 해결하라. 전임 CEO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는 이때뿐이다. 전임자가 유산처럼 남기고 간 문제는 없는지, 특히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안은 없는지를 파악하고 즉각 조치하라.
정치인만 취임 후 첫 100일간 엄격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를 효과적으로 보내는 CEO는 보다 고차원적 목표를 실현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임직원은 초기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리더를 적극 지원하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 100일의 성적표가 1,000일의 기업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