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오늘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 등 제품 제조에 관여한 핵심 인물들을 소환했습니다. 피해자와 환경 단체는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들어갔는데요. 자세한 내용 보도국 한지이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와 연구팀 핵심 인사들이 오늘 검찰에 소환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늘 오전 10시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등 제품 제조와 연관된 인물들을 소환했습니다.
신 전 대표는 지난 2001년 가습기 살균제를 국내 최초로 출시할 당시 옥시의 최고 경영자였는데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는데 직접 의사결정을 내린 책임이 가장 큰 인물입니다. 여기에 당시 제품 개발을 주도한 옥시 연구소의 김 모 전 소장과 선임연구원 최모 씨도 함께 출석하도록 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인데요. 현재 유해성 의혹이 제기된 PHMG 인산염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게 된 경위와 해당 성분이 유해하다는 점을 제조 당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보고서 은폐ㆍ조작에 윗선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사건 정황 좀 알려주시죠.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5년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산모와 아이들 100명이 죽고 30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같은 해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나 세정제가 사망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본 가족들이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요.
지금 가습기 살균제 검찰 수사팀까지 꾸려진 것과는 전혀 다르게, 당시에는 이 사건에 검사 한 명만 배당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중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죠.
게다가 지난 2013년에는 정부의 최종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수사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현재 신고된 피해자만 1,500여명인데요. 피해자의 70%가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입니다.
[앵커]
2011년에 사건이 발생한 것이면 5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도대체 사건 수사를 왜 이제야 제대로 하는 겁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지난 5년간 정부와 옥시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고통을 계속 호소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과 피해자의 문제라며 선을 긋는 바람에 지난 5년 동안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인데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접수도 작년 말 모두 끝내버렸습니다. 그런데 소비자 불매운동에, 시민단체는 영국 본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대대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 일어나자, 검찰이 올해 1월이 돼서야 부랴부랴 특별 수사팀을 만든 겁니다. 2011년 사건 발생 당시 수사가 바로 진행됐다면 사건이 더 빨리 밝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앵커]
그럼 현재 옥시가 현재 받고 있는 의혹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검찰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연구 결과들을 모두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옥시는 현재 연구 결과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옥시가 실험을 의뢰한 곳 대부분이 거짓으로 실험 결과를 내줬다는 겁니다. 서울대와 호서대 교수들은 옥시로 부터 뒷돈을 받고, 옥시 제품은 소비자들의 폐 손상과 연관이 없다는 거짓 결과를 내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강북삼성병원과 영국 폐질환 전문 병원인 왕립브롬톤병원 의사들이 작성한 ‘공동전문가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오염된 가습기를 사용해 폐질환이 걸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내 대형병원 소속 미생물 검사기관에서는 ‘가습기에 살균제가 아닌 수돗물만 넣어도 폐질환이 걸릴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타당성이 의심되는 결과인데요. 옥시는 이 같은 보고서를 주문해 받은 뒤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5년 동안이나 언론에 무대응해 온 업체들이 강도높은 검찰 수사에 속속 입을 열고 있다면서요?
[기자]
조여오는 검찰 수사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겹치면서 업체들도 뒤늦게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는데요.
롯데마트는 지난 18일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사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롯데마트가 사과한다는 것도 몰랐다”며 “피해자들이 아니라 검찰에게 사과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덩달아 압박을 받던 홈플러스도 오늘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고요. 침묵을 일관하던 옥시는 지난 21일 결국 뒤늦은 사과문을 내놓고 피해보상금 50억원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피해자가 아닌 권력에 한 사과라며 진정성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보도국 한지이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