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철 지난 판매 유행

트렌디한 전자상거래의 문제점은? 오히려 유행에 뒤처진다는 점이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대형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신생기업 카테고리 중 전자상거래만큼 치열한 분야는 없다. 아마존Amazon과의 경쟁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다윗을 꿈꾸는 벤처기업들은 골리앗과의 차별화를 위해 그 무엇보다 참신한 전략에 의지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트렌디한 것들과 마찬가지로,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자상거래 모델들이 결국에는 모두 유행에 뒤처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마 2012년에 있었던 회원제 기반의 전자상거래 대유행을 기억할 것이다(필자는 “박스에 든 물건”이라 불렀다). 이 전자상거래는 상자에 회원들이 원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골라 담아 배달해 반복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발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박스에 물건을 담아 배달하는 새로운 벤처기업들을 터무니 없게 느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향수, 애완동물 장난감, 절인 고기에서 여배우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이 홍보하는 하이힐 구두까지 모두 배달 상품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사업 모델이 ‘이 달의 잼 클럽’ (*역주: 매달 고객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잼을 배달해준다) 21세기 버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곧 알아챘다. 그 이후 합병, 폐쇄, 방향 전환 같은 재편이 조용히 일어났다.

최근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뜨는 것은 ‘X세대를 위한 클래스패스(ClassPass for X)’라는 트렌드다. 가입비를 내고 매달 새로운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필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체험을 즐긴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이 트렌드는 신생기업 클래스패스의 성공을 모방한 것이다. 자금력을 갖춘 클래스패스는 한 달에 100달러를 내면 피트니스 클래스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거기에는 헤어 드라이 클래스패스(한 달에 65달러인 바이브 Vive), 마사지 클래스패스(가입비가 다양한 질스 질럿 Zeel’s Zeelot 프로그램), 라이브 뮤직 클래스패스(한 달에 25 달러인 주클리 Jukely) 같은 다양한 클래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새로운 모델의 유행이라 부르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과거 전자상거래의 혁신을 일종의 지표로 삼는다면, 곧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새로운 전자상거래 모델은 ‘반짝 세일’이라는 소매 유행의 파생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2억 8,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던 온라인 명품 쇼핑몰 사이트 길트 그룹 Gilt Groupe은 지난 1월 2억 5,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허드슨 베이 그룹에 인수됐다. 이 사건은 이러한 클래스 사업모델의 수명이 다했음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이 모델은 반짝 세일(flash sales)과 그 사촌격인 하루 세일(daily sales)을 너무 자주 벌여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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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모방 상거래 업체들은 모객 비용을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경비 지출 속도가 크게 올라갔다. 이는 결국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의 의욕을 꺾는 ‘거래 피로(deal fatigue)’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루폰 Groupon과 길트가 치솟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게 분명해진 2012년에는 모방 업체들이 다른 모델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공급망 관리나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지 않았다. 새롭게 뜨는 또 다른 전략으로 변경하는 데 머물고 말았다.

이런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많은 전자상거래 창업자들이 계속 새롭게 뜨는 비즈니스 모델만 좇고 있다는 건 정말 아리송한 일이다. 그러나 의외로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다. 아마존이 있는 한 전자상거래 유행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프 베저스 Jeff Bezos가 이끄는 거대기업 아마존은 가격, 선택, 서비스 측면에서 이미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비즈니스 모델의 참신함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fith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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