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三災'에 맥 못추는 美·유럽·日 기업실적

신흥국 경기 둔화·원자재값 하락·엔고에 악전고투

美기업 1분기 이익 6.1% 감소…3분기 연속 마이너스

日 상장사 1~3월 경상이익 전년동기비 20% 곤두박질

유럽 대기업들 올 이익도 지난해보다 평균 2.2% 줄어

'주가하락→소비·투자 부진→성장률 둔화' 도미노 우려



글로벌 경제의 3대 축인 미국·유럽·일본의 기업 실적이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부진 등의 여파로 이상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금융 시장 안정, 국제유가 반등에 힘입어 상승하던 주요국 주가가 실적 부진 실망감에 하락할 경우 소비 부진, 투자 감소 등 ‘역(逆)자산 효과’가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글로벌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기관 톰슨로이터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올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55%를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전체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분기 연속 감소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감소세다.


특히 기업 매출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에너지 기업을 포함한 올 1·4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줄면서 5분기 연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2009년에도 매출은 4분기 연속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식품회사 몬델리즈의 아이린 로젠펠드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러시아 등의 경제가 더 악화되고 (통화가치 하락으로)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가 타격을 받았다”며 “(글로벌 경기가) 바닥이 아니라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기업도 신흥국 경제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에다 올 들어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지난해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224개사를 조사한 결과 올 1~3월 경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급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3·4분기(9~12월) 10%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상장사들의 지난해 회계연도 연간 경상이익도 전년 대비 1% 줄었다. 조사 대상이 전체 상장사의 16%에 불과해 수치가 바뀔 수도 있지만 연간 이익이 4년 만에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럽 대기업들 또한 소비와 고용 회복 신호에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은행권의 수익 악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회복세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블룸버그가 최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기업의 올해 이익이 전년보다 평균 2.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불과 6개월 전 전망치는 8.2% 증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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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업 실적 부진이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올 1·4분기 미국 성장률 잠정치가 0.5%로 예상보다 부진한 주요 이유도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9%로 2011년 2·4분기 이후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29일 발표된 3월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도 전월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도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의 기업 실적 실망감에 주가가 하락할 경우 가계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실적 부진에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들은 설비 투자 대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1·4분기 S&P500기업 가운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식 수를 4% 이상 줄인 기업의 비중은 30.3%로 지난해 1·4분기 21%와 지난해 4·4분기 25.8%에 비해 급증했다.

더구나 주가 하락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의 자금난 악화와 투자 감소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올 1·4분기에도 미국 에너지 관련 투자 급감에 기업설비 투자가 2분기 연속 감속한 -5.9%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도 끌어내렸다.

또 국제신용평가사인 S&P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에 에너지·광산업체를 중심으로 올 들어서만 53개의 세계적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는 2009년 같은 기간의 67개에 이어 최고치다. WSJ는 “최근 유가 반등, 금융 시장 안정, 임금 상승 등의 긍정적인 요인에도 신흥국 경제 부진과 저유가 장기화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경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서 한 남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화물선 선적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신흥국 경기 둔화와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블룸버그일본 요코하마 항구에서 한 남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화물선 선적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신흥국 경기 둔화와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블룸버그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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