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사이드 스토리] 산은, 한국GM 지분 판다는데…

美본사 독자경영 위해 지분 사면

산업은행이 지분 15% 이상 보유한 비금융회사 5곳의 지분을 3년 내 매각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GM의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한 산은 지분을 미국 GM 본사가 사들일 경우 국내 공장 철수 등 주요 경영 결정을 견제할 안전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2대 주주로 올라선 산은은 그동안 한국GM이 위기 때마다 지원과 견제 역할을 병행해왔다. 2003년 GM대우가 2,55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자 5,000억원의 장기 대출을 제공했고 2010년에는 1조원의 추가 지원에 나서면서 주채권자로서 미국 GM 본사에 GM대우의 장기 발전 방안과 생산 물량 확보 등을 압박했다. 또 지난 2013년 GM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하자 해당 지역 수출 물량이 많은 한국GM에 미칠 타격을 우려해 사업 관련 자료 등을 요구하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산은이 한국GM의 '시어머니'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은 만약 GM이 국내에서 철수하더라도 국내 한국GM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그동안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공했다.

반면 GM 입장에서는 산은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에 따라 GM은 그동안 산은 지분을 매입해 한국GM을 독자 경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10월 팀 리 당시 GM 해외사업 총괄사장이 강만수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만나 지분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또 2013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GM은 산은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산은은 "국내 고용과 생산 물량 축소 우려"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산은이 이번에 한국GM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해당 지분을 매입할 곳은 미국 GM 외에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7년까지는 미국 GM에 팔도록 계약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GM이 인수할 경우 한국GM의 국내 철수와 같은 경영 상황에 대한 견제 장치는 완전히 사라진다. 실제로 한국GM 노조는 이런 문제를 우려해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회사 측의 산은 지분 인수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최근 GM 본사는 한국GM이 생산 비용 등을 줄이지 못할 경우 생산 기지를 인도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 입장에서는 산은의 지분을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산은 역시 2017년 이후 매각해야 한다면 매각 시기를 조정해 더 높은 가치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산은으로부터 요청이 없다"며 "요청이 오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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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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