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구로 히로시(왼쪽) 오사카대 교수가 개발한 ‘제미노이드 F(가운데)’는 영화 ‘사요나라’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연합뉴스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는 인간을 빼닮은 로봇을 만드는 데 있어 세계 최고 권위자다. 이른바 ‘제미노이드(Geminoid)’로 불리는 이 로봇은 실제 사람과 너무 흡사해 쉽게 구분이 안 된다. 이시구로 교수가 만든 ‘제미노이드 F’는 영화에까지 출연했다. 이처럼 제미노이드 로봇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서울경제신문이 오는 11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하는 ‘서울포럼 2016’에 참여하기에 앞서 가진 사전 e메일 인터뷰에서 이시구로 교수는 명료하게 답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
제미노이드 로봇은 50개가 넘는 모터를 사용해 사람의 얼굴 표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먼 거리에서도 원격조종이 가능하고 플라스틱 두개골과 금속 뼈, 실리콘 피부 등으로 이뤄진다.
이시구로 교수는 지난 2006년 자신의 모습을 꼭 닮은 ‘제미노이드 HI-1’을 제작해 과학잡지 ‘사이언스’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시구로 교수가 만든 여성 안드로이드 로봇인 ‘제미노이드 F’가 영화 ‘사요나라’에 주연 배우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키 165㎝의 제미노이드 F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렇다고 이시구로 교수가 제미노이드 로봇만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과 소통 가능한 로봇 ‘텔레노이드(Telenoid)’도 만들고 있다. 이시구로 교수는 지난해 초 동료인 요시카와 유이치로 교수와 함께 개발한 대화 로봇 ‘코뮤(CommU)’와 ‘소타(Sota)’를 공개했다.
이시구로 교수가 제미노이드와 텔레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에게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지론에서다. 그가 개발하는 로봇은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실버케어 등의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이 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과 흡사한 로봇에 대해 친근감을 더 느낄 수 있다.
이시구로 교수가 개발한 대화 로봇 ‘코뮤(왼쪽)’와 ‘소타’.그는 “인간처럼 보이는 외관과 움직임, 표정을 지니고 있는 제미노이드는 단순한 대화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심한 일본이 풍요로운 사회를 유지하는 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 28㎝의 앙증맞은 크기의 대화 로봇인 코뮤와 소타도 사람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주된 역할이다. 전체 가구의 30%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인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시구로 교수는 “코뮤나 소타 같은 텔레노이드 로봇은 초창기에는 주로 자폐증과 같은 질환으로 일반적인 대화가 어려운 환자 치료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낙관론적인 입장에 서 있다.
그는 “기계나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게 되면서 과거에 비해 현재의 우리 생활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인간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배한 데 대해 “바둑은 폐쇄된 세계에서 규칙에 기반해 플레이하는 보드게임이므로 컴퓨터가 이기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에서는 미국이 우월하지만 로봇 기술은 일본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