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들어 4월까지 이들 3사가 수주한 선박 수가 고작 5척에 그쳤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시절에는 분기당 100여척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천양지차다. 만약 대우조선의 자회사인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수주한 탱커 2척을 대우조선 실적으로 삼지 않았다면 수주실적은 더 초라해진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수주한 물량의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대중공업은 4월 초 노르웨이 선사인 에다어코모데이션으로부터 납기지연을 이유로 건조 중이던 2,000억원 규모의 해양숙박설비 발주를 취소당했고 대우조선도 덴마크 에너지 회사인 동에너지에서 수주했던 2,2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건설사업에 대한 발주취소를 통보받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조선업계가 내년까지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나섰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둘러싸고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노사정이 마음을 합쳐도 쉽지 않은데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래서야 구조조정을 추진한들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계기업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혼선을 정리하고 명확한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지부진하기만 한 구조조정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