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LH 대신 다른 공기업 주식으로"…산은, 수은 출자 '속도'

법인세 부담 줄이려 대상 재검토

상장·비상장사 복수 출자도 거론

이달중 자본확충 작업 완료할 듯



법인세 폭탄에 지지부진했던 KDB산업은행의 수출입은행에 대한 출자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물출자 대상으로 계획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다른 공기업 주식으로 바꿔 법인세 부담을 비켜가겠다는 복안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수은의 건전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일 지난해 산은이 수은에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계획과 관련, “현재 세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출자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법인세 부담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물출자 대상을 당초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LH 주식에서 다른 공기업 주식으로 바꾸기로 했다”면서 “현재 어떤 주식을 대상으로 삼을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이 수은에 대한 현물출자 대상을 재검토하는 이유는 법인세 부담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산은이 조선사 부실로 수은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각각 보유 중인 LH 주식 가운데 1조원과 5,000억원 규모를 출자하기로 했고 정부의 출자는 완료됐다. 하지만 산은의 LH 주식 수은 출자는 세금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산은이 과거 정부로부터 넘겨받을 당시 LH 주식의 장부가는 4,950원에 불과하지만 현재 가격은 9,295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차액에 따른 양도세만 500억원에 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대거 떠안고 있는 산은 처지에서 대규모 세금을 내면서까지 수은 지원에 나서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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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산은은 현재 보유한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법인세 부담이 적은 출자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장·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복수의 주식으로 출자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3월 말 현재 산은의 자기자본은 25조원으로 대부분이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공기업 주식이다. 한국전력공사 주식이 17조원으로 가장 많고 LH(2조5,000억원), 한국수자원공사(1조원), 한국도로공사(1조원) 순이다. 이 밖에 IBK기업은행(6,000억원)과 한국관광공사(3,000억원) 지분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다. 매년 대규모 배당이 들어오는 한전 주식을 제외한 모든 주식이 수은 출자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산은은 이달 중으로 수은에 대한 자본확충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속도 면에서는 산은의 수은 출자가 유리하다. 당장 이달 중으로 5,000억원 규모의 출자가 완료되면 수은으로서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0.5%포인트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올 1·4분기 9.89%까지 떨어졌던 BIS 비율을 다시 10%대로 끌어올릴 수 있어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셈이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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