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내 100대 해운사 절반이 생존 기로

51개 기업 부채 400% 넘어

자본잠식 된 곳도 13개 달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명운을 건 구조조정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해운회사 가운데 절반이상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업분석기관인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토대로 국내 100대 해운사들의 재무상황을 살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1개 해운사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기준 400% 이상이라고 2일 밝혔다. 이중 이미 자본이 잠식된 기업이 13곳이나 됐고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업체도 18개에 달했다.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부채비율 400% 이상이면 존립이 위태로운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부채비율이 200% 이상 400% 미만인 ‘준위험 기업’은 13곳, 부채비율 200% 미만의 안정 기업은 36곳이었다. 오일선 2만기업연구소장은 “해운업은 선박 운용에 따른 부채비율이 높지만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도 국내 해운업계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위험 기업 51개 가운데 27개사는 지난해 영업적자 혹은 당기손실을 기록해 우선 위험 관리 대상 기업군에 포함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가 이번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해운업계의 쏠림현상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지난해 매출 비중을 합치면 국내 해운사 매출 총합의 절반을 넘어 두 기업이 무너지면 해운업계가 반토막난다는 우려다. 100대 해운사의 지난해 매출액 총합은 25조8,131억원으로 2014년의 27조3,035억원 대비 5.5%(1조4,904억원) 하락했으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이 가운데 5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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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해운업은 전형적으로 머리만 큰 ‘올챙이’ 형태로 빅2가 무너져도 대체할 중견기업이 빈약하다고 2만기업연구소는 지적했다. 100대 해운사 가운데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되는 대기업은 5개사 뿐이다. 5개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0대 기업 총합의 71.8%나 된다. 매출 2,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곳 역시 8개에 불과했다.

한국 해운업계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은 해외 선주들로부터 배를 빌리는 비용인 용선료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전세계 해운업 시황 악화다. 때문에 덴마크 머스크라인, 중국 코스코, 일본 MOL 등 세계 유수 해운사들도 현재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 소장은 “국내 해운 업체들의 도미노 붕괴를 막고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 다른 업계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정부 등의 외부 수혈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물동량이 증가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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