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김형오 전 국회의장 "책임의식 없는 국회, 계파·당론만 있어"

중기중앙회 지도자의 길 강연서 고언

'똑똑한 집단'이 제 역할 못해

당론따라 찬반행태 지양해야

경제·정치환경 어려운 시기지만

中企들 비전·포용력 갖춰 돌파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도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조찬강연을 하면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도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조찬강연을 하면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경제 활성화와 민생은 내팽개치고 계파 싸움에 몰두하는 국회를 겨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의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도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조찬강연을 한 자리에서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의회 권력이 커지게 돼 있는데 우리 국회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랑스러운중소기업인협의회가 마련한 이날 강연에서 김 전 의장은 “의원내각제의 경우 여당은 총리가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있고 야당은 섀도캐비닛(그림자 내각)을 통해 정권 장악 이후에 대한 작업을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책임의식도 준비 작업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별 국회의원이 소신과 사명감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하지 않고 눈치를 보며 당론을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행동을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선진 국회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당론에 따라 움직이면서 찬성하고 반대를 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회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지만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은 똑똑한데 국회라는 집단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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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국회 의정 활동을 회상하면서 “국회의원을 하거나 국회의장을 맡고 있을 때는 국회가 이렇게 국민에게 욕을 먹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지 몰랐다”면서 “국회 밖에 나와 보니까 정말 욕을 많이 먹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싫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당의 요직을 맡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되고 행동에도 제약이 따르게 된다”며 “나는 밖에서 국회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건전한 비판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측근들이 직언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직언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측근들은 잘못 돌아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고언(苦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며 “13척의 배로 123척의 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시국에 민의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우리 정치인들도 미래를 내다보고 서로 소통하면서 통 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상황에 대해 “제2의 외환위기라 할 만큼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중소기업 대표들은 비전과 소통 능력, 열린 마음과 포용력을 갖추고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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