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융사서 전세금 대출받은 세입자 보증금 몰래 돌려받아도 배임죄 아냐"

대법 "질권 침해없다면 문제 안돼"

금융사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가 전세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금융사 몰래 돌려받아도 질권 침해가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증금에 이미 질권이 설정돼 있고 금융사가 손해를 본 것이 없다면 세입자의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내용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질권이 설정된 전세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질권자 몰래 변제받은 혐의(배임죄)로 기소된 박모(36)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질권은 채무 변제를 받을 때까지 채권의 담보로 물건이나 재산권을 유치하는 것을 말한다. 변제가 안 되면 물건 등을 처분해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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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의 경우 세입자가 금융사 몰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문제가 생겼다. 질권자인 금융사가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질권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질권 상실이 인정되면 세입자에게 배임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채무자가 질권 설정을 승낙했다면 질권자는 채무 변제와 상관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질권 설정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았다고 해서 질권자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박씨는 2011년 7월 전세보증금 1억6,000만원의 오피스텔을 얻으면서 H금융사에서 1억2,000만원을 빌렸다. 집주인에게 돌려받을 보증금에 H사의 질권을 설정하는 조건이었다. 박씨는 집주인의 승락을 얻어 H사에 질권을 설정해줬다. 이후 2013년 전세계약이 끝날 무렵 박씨는 집주인 등에게 보증금을 직접 돌려받았고, 검찰은 질권이 설정된 채권을 멋대로 변제받아 H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박씨를 배임죄로 기소했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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