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공감대가 형성된 제3 후보가 없고 너무 시간이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맞설 제3 후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롬니 전 주지사는 지난 5일에도 경선 초기부터 트럼프 낙마 운동을 이끌고 있는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을 만나 제3 후보를 내는 방안을 교환했다. 벤 새스(네브래스카) 상원 의원도 5일 밤 트위터에서 트럼프와 클린턴 전 국무장관 말고 합리적인 제3의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에 대해 아직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거나 반대 입장까지 내놓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는 인품이나 역량은 물론 헌법을 존중한다는 점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일관된 보수주의자도 아니어서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보수연합’의 전직 의장인 알 카데나스는 “보수주의 운동은 선거에 져도 살아남지만 목적을 잃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과 재정·사회복지·무역·외교관계 등 전방위에 걸쳐 보수적 가치와 거리가 먼 트럼프를 지지하느니 차라리 대선 패배가 낫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이민자·히스패닉·여성 등이 혐오하고 있는 트럼프가 당의 간판이 됐다가는 상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의회 권력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하지만 제3 후보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돕는 이적 행위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존중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만만찮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보비 진덜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도 과거의 원색적인 비난을 거둬들이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제 관심사는 당내 1인자인 라이언 의장과 트럼프 간 회동 결과다. 트럼프가 공화당 정책 노선을 받아들이는 대신 주류의 지원을 얻는 식으로 타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은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의 중재에도 회동 전부터 기 싸움을 주고받고 있어 갈등이 봉합될지 의문이다.
라이언 의장은 “공화당의 원칙과 올해 11월 대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트럼프를 압박했다. 하지만 8일 트럼프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단합한다면 좋겠지만 전통적인 의미대로 단합할 필요는 없다”며 “본선에 진출하면 민주당 유권자 수백만 명의 표까지 얻어 당선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