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부부의 재산 증식 과정에서 부인의 기여도가 낮아도 귀책 사유가 남편에게 있다면 부인의 몫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부(송인우 부장판사)는 부인 A모(75)씨가 남편 B모(77)를 상대로 낸 이혼과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B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과 자녀 양육비 8,000만원 그리고 재산분할분 2억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부부는 1962년 결혼했지만 B씨는 결혼 직후 군에 입대했고, 이후에도 따로 떨어져 서울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했다. A씨는 지방에서 두 자녀를 키웠으며, 10남매 중 장남이었던 B씨의 동생을 돌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B씨는 일체의 생활비나 양육비를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B씨는 1969년 다른 여성과 혼외 자녀 두 명을 낳았고, 이들의 결혼 생활은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A씨는 지난 2014년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유기한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이혼을 허가했다. 특히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과 관련해 8대2의 비중을 정해 A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억원은 이 부부의 전체 재산(남편 12억1,900여만원, 부인 5,600여만원)의 20%인 2억5,000여만원에서 부인의 금액을 뺀 내용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혼 과정에서의 재산분할은 혼인 생활 중 재산 증식에 기여한 비율로 정해지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부인의 기여도와 상관없이 귀책 사유와 별거 기간 중 혼인 상황의 의무적 행위를 누가 더 충실히 했느냐는 내용을 따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