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운주사 돌부처님께 말 걸기

김창완 作





어느 별에서 망명 온 난민인지요


온몸 가득 마마 자국 더께 진 몰골에

집도 절도 없이 노숙자로 사시는

영구산 운주사 돌부처님들

왜 하필이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이 막돼먹은 세상에 오셨는지요

아낙네가 코 떼어 속곳 속에 감춰도

없어도 없지 않고 있어도 있지 않으니

숨 쉬지 않고도 영겁으로 가시며

아등바등 사는 이들 깨진 꿈 주워

개떡탑 거지탑 요강탑 쌓아 놓고


어느 새 내 맘속에 기척 없이 들어와

관련기사



탐욕 덩어리 모아 돌탑 천 기 쌓더니

지쳐 널브러진 우리 삶의 너럭바위에

마마 자국처럼 천문도 쪼아 놓고

그 위에 누워 밤낮으로 하늘만 보면서

왜 혼자 빙그레 웃는지요

혹시 고향 별이라도 찾았는지요

아니면 여기가 극락인 걸 깨달았는지요

천 년 돌 속에 갇힌 나를 불심 깊은 석수장이가 꺼냈다우. 집도 절도 없다지만 하늘이 지붕이고 땅이 아랫목인걸. 아낙들 내 코 베어 대를 이을 아이 빚던 그때가 외려 그립수. 없는 듯 있는 듯, 알 듯 모를 듯 밤낮으로 빙그레 웃는 거 사실 남부끄러운 일이라우. 제가끔 아픈 사연으로 기도할 때 등 한 번 두드려주지 못했다우. 제 슬픔 털어놓고 제 무릎으로 일어나고도 내게 절하는 당신들이 부처요. 누가 내게 숨 쉬지 않는 영겁 대신 숨 쉬는 찰나를 준다면, 내 슬픔에 울다가 네 기쁨에 웃는 당신 같은 중생이 되고 싶소.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