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대리점과 본사는 갑을관계인 경우가 많다. 대리점은 본사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신분이어서 매매가격이나 방법 등과 관련해 본사의 엄격한 지휘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대리점과 본사는 동반자 관계에 더 가깝다. 본사는 자사제품을 많이 팔수록 좋고 대리점은 본사가 침투할 수 없는 골목상권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구업계 대표 오너기업인 에이스침대와 에넥스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본사가 앞장서서 대리점과의 동반자 관계를 적극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본사가 건물을 직접 매입해 대리점주들에게 시가보다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가 하면 성과가 좋은 대리점주들의 해외 포상휴가를 오너가 직접 챙기기도 한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가 전면에 나서 어찌 보면 을이라 할 수 있는 대리점주들을 챙기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에이스침대는 현재 수원과 서울 중곡동, 부산 좌천동, 울산 등 전국 4곳에 거점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대리점들이 입주한 건물의 소유주는 에이스침대 본사다. 에이스침대는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대리점주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30% 저렴한 비용에 임대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대리점주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다한 임대료인데 이 때문에 대리점들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대리점뿐만 아니라 본사에도 좋지 않은 것이어서 본사가 일정비용을 부담해 대리점의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 효과도 탁월하다. 일부 거점매장은 매장의 크기와 환경은 개선된 반면 임대료 부담은 줄어 이전보다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 에이스침대는 올해와 내년까지 2개의 거점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안 사장이 비용분담을 통해 대리점주들을 지원한다면 박진규 에넥스 부회장은 스킨십에 방점을 찍으며 대리점주들과의 밀착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박 부회장의 대리점 사랑은 취임 초기 때부터 시작됐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그는 전국 모든 대리점을 일일이 찾아가 대리점주들을 만났다. 신규 대리점이 출점하거나 신제품 품평회, 지역별 대리점 간담회에도 빠짐없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대리점 간담회에서 제기된 민원은 90% 이상이 영업전략에 반영되기도 한다.
우수 대리점주 대상의 포상활동에도 오너가 전면에 나선다. 특히 포상 해외여행의 경우 박 부회장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대리점주들과 동행했다. 최근에는 한 달 평균 1억원의 매출을 유지하는 우수 대리점주들에게 개인 돈으로 금을 선물했다.
박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처음 올라왔을 때 건설경기가 매우 침체돼 있었는데 그때 대리점주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며 “대리점은 본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유통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하는 동반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