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연합뉴스)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로 세계 경제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이란 시장에 대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이은 자치단체장들의 이란 시장 개척 노력이 저성장 쇼크에 빠진 우리 경제의 탈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조성된 한국-이란 간 경제 협력 무드를 적극 활용한다면 ‘불모지’나 다름 없는 이란과 경제 교류·협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블루오션’ 이란…전형적 수입 의존시장
이란은 터키, 이집트와 함께 중동의 3대 시장이다.
8천만명의 인구, 한반도의 7.5배에 달하는 면적,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이란은 수요 물품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상적 경제활동을 위해 연간 240억달러(27조9천912억원) 이상의 원료와 자본재, 완제품을 사들여야 하는 전형적 수입 의존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대(對) 이란 수출액은 작년 기준 37억6천만달러이다. 이란이 지난해부터 제6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계기로 이란에서 최대 52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재건 사업을 수주하는 발판도 마련됐다는 평가이다.
전국 자치단체장도 서울에 ‘테헤란로’, 이란에 ‘서울로’가 생긴 1970년대의 중동 붐이 다시 일기를 기대하며 이란 시장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 “노다지를 선점하라”…지자체 잇단 이란행
이시종 충북지사는 오는 14일 이란 방문길에 오른다. 국제종합기계·메타바이오메드 등 도내 5개 기업이 동행한다.
충북도의 성장동력 산업인 바이오·화장품·태양광·유기농 및 건설 분야 수출의 물꼬를 트는 게 목표다.
이 지사는 수레나 사타리 과학기술부통령, 하산 하쉐미 복지부 장관, 아프샤르 농업부 차관과 각각 만나 충북 제품 수출을 위해 담판을 지을 생각이다.
20억달러(2조3천280억원)를 들여 청주 오송에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한 이란 투바 전통의학기업의 투자도 경제제재 해제 이후 가시화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오는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중동 지역을 방문한다.
방문 기간에 이란 남부 항구도시인 반다르압바스를 방문, 호르무즈 주지사와 면담하고 우호·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계획이다.
서 시장은 부산항과 이란을 연결하는 항로가 개설된 반다르압바스 항만도 둘러보고 교류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31일부터 이틀간 이란 수도인 테헤란을 방문,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시장과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오는 10월께 중동권 국가를 방문해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란 방문도 적극 검토 중이다.
◇ 선박 건조에서 바이오·섬유 등 수출 유망분야 ‘수두룩’
이란 진출을 염두에 둔 전국 지자체가 검토하는 사업 아이템은 다양하다.
화물선 건조에서 바이오, 태양광, 할랄식품, 섬유산업, 보건의료, 유기농 등 손으로 일일이 꼽기 어렵다.
서 부산시장은 이란 방문 때 현지 업체와 부산지역 업체 간 화물선 발주를 위한 양해각서 교환식에 참석한다. 이란이 선박을 발주하면 부산에서 건조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바이오·화장품·태양광은 물론 유기농·할랄식품 분야 업체의 이란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는 오는 8월과 10월 바이오·화장품 관련 10개 업체로 구성된 무역사절단을 이란에 파견, 수출상담회를 열 계획이다.
건강·웰빙 바람이 이란에서 불고 있는 점을 감안, 오는 12월에는 농식품 업체로 무역사절단을 꾸려 두바이와 테헤란에서 수출상담회를 열고 충북 상품을 홍보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이란의 섬유전시회에 기업 대표단 파견을 계획하는 등 섬유제품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합작 투자, 보건의료, ICT(정보통신기술)농업 연구 개발, 관광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 이란 카즈빈주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남경필 지사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직후인 지난 2월 28∼29일 카즈빈주를 방문, 경제 우호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전시성 진출·한건주의 행태 삼가야…“내실 있는 접근이 해답”
몇몇 지자체가 이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위험 요인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외국인 투자 규제와 반 외국인 정서가 진출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나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한 건 올려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한창일 때 이란에 기반을 닦은 중국이나 유럽계 기업과 경쟁하다가는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란 바이어가 계약 후 1년 가까이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다가 더욱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업체가 나서자 계약을 일방 파기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또 이란 바이어는 다량의 재고를 보유하고도 수출·입 협상에 나서는 경우가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은 금물이다.
그런 만큼 이란과 거래에서 승산을 높이려면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뒤 나서야 한다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란은 복잡한 행정 절차 탓에 다른 신흥국보다 진출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자체는 이란의 행정절차와 계약 및 통관 절차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한 후 관내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