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금융투자업계(증권·운용사)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신상품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침체로 독창적인 금융상품 개발이 저조한데다 짧은 독점기간과 까다로운 심사로 제대로 관련 제도 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신상품은 0건으로 그나마 있던 1건도 심사 과정에서 기각됐다. 승인 건수는 지난 2012년 6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신상품은 총 24개다. 같은 기간 기각된 상품은 14개에 달한다.
배타적 사용권은 신상품 개발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 권한을 말한다. 은행·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손해보험 업계는 협약 또는 규정을 제정해 신상품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자율규제위원장 1인과 금융업계 및 학계 전문가 6인이 모여 배타적 사용권 부여 여부를 심의한다. 기존 국내외 상품 또는 서비스와 비교할 때 독창성 정도(40%), 국민경제 기여도(30%), 고객 편익 정도(15%), 인적·물적 투입 정도(15%) 등을 평가해 부여한다. 심의 배점표에 따른 출석위원별 배점의 합계 평균점으로 독점 기간을 결정하는데 60점 미만이면 1개월, 70점 이상 80점 미만이면 3개월, 95점 이상이면 6개월을 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짧은 독점 기간과 까다로운 절차 등에 실효성이 떨어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최대 독점 기간은 6개월인데 대부분이 3개월에 불과하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 마케팅 담당자는 “3개월로 시장 반응을 파악하기에는 너무 짧은데다 독점 기간이 끝나면 비슷한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며 “굳이 어렵게 심의 과정을 통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에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부터 보험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 기간을 최장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고 배타적 사용권 침해 제재금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1년간 4건에 불과했던 보험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건수는 이달에만 총 3건을 기록했고 9개월짜리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사례(삼성생명)도 나왔다. 금융투자협회도 독점 기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다만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제도의 목적은 특허가 보호해주지 않는 아이디어를 업계 차원에서 보호해주는 것”이라며 “신상품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업계 판매를 방해하는 장벽이 될 수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업계에서 독창적인 신상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점도 배타적 사용권 신청 및 승인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에 승인받은 상품들도 획기적인 신상품보다는 구조를 다르게 한 주가연계증권(ELS)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상태라 신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며 “최근 시장 자금 유입도 저조해 배타적 사용권을 활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 업계에서도 신상품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