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수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심박조율기의 배터리 수명은 평균 5~8년 수준이다. 제한된 배터리 용량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한 재수술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오는 심리적·물리적·경제적 부담감은 상당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태양전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피부 내에 삽입돼 태양열로 인체 내 의료기기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실시간 혈당 분석기나 질병 진단 센서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종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이 박막 구조의 유연 태양전지를 피부 안에 넣어 인체 내 의료기기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연 태양전지는 부러지거나 휠 수 있는 성질을 띠면서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이번 연구는 손전등으로 얇은 피부를 비췄을 때 빛의 일부는 피부를 통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수행됐다. 인체 내에 흡수된 빛을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 인체삽입용 전자기기가 지속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몸 밖의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몸 안으로 공급할 경우 피부를 통과해 인체 내로 연결되는 전선을 통해 균이 침입할 수 있다. 때문에 태양전지는 몸 안에 완전히 삽입된 형태로 사용돼야만 한다. 또 최대한의 빛을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전지는 얇은 피부층 아래에 삽입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연구팀은 피부 밑에 삽입할 수 있는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디자인해 동물실험으로 피하에서 태양전지의 전기적 특성을 분석하고 정량화했다. 살아 있는 쥐에 삽입해 실험한 결과, 0.07㎠(순수 태양전지 면적) 이내의 태양전지에서 직류전류로 647마이크로와트의 매우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고, 소형 충전지, 유연한 심박조율기와 결합해 태양광이 없을 경우에도 태양전지를 통해 충전된 배터리로 전력 공급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다만 실제 사람의 피부는 쥐의 피부보다 두껍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면적의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자외선 영역의 빛은 태양전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므로 피부가 그을리거나 타는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더라도 인체 내 전력 생산량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이종호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인체삽입 의료 전자기기의 난제인 전력 부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실시간 혈당 분석기, 질병 진단 센서, 혈액 분석 센서 등과 같은 헬스케어 인체삽입기기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헬스케어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스 5월 4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