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계 꼴찌 수준 공기 질, 중국 탓만 할 것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기 질(質)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2년마다 발표하는 ‘환경성과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공기 질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180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73위였다. 이것도 부끄러운 마당에 세부조사 항목을 들여다보면 참담하기 짝이 없다.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174위, 이산화질소 노출 정도는 아예 꼴찌였다.


공기 질을 포함한 20여개 평가지표를 더한 종합점수도 70점을 겨우 넘어 80위권에 머물렀다. 직전(2014년) 조사에서는 그나마 중상위권인 43위였는데 2년 사이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80위권에는 보츠와나·남아공 등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이 대부분이다. 유럽 국가는 단 한 나라도 없다고 한다. 싱가포르(16위), 일본(39위), 대만(60위), 말레이시아(63위) 등 아시아 주요국들도 우리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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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기 질이 나쁜 나라라는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가. 환경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나 스모그를 탓하며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 미세먼지 유발의 주요인이 높은 석탄발전 의존도와 노후 경유차인데도 중국 운운하며 방치해오지 않았는가.

물론 전력생산 비용이 가장 싼 원전을 새로 건설하고 싶어도 님비 탓에 어려움을 겪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로 국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열흘 전 국무회의에서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반드시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했을 정도다. 대기오염 처방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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