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선 보릿고개 극복' 해운사에 달려...선박펀드 활용 대형발주 나서야

[핫이슈] 조선, 해운사 모두 살리려면

한국, 대형컨선 인도 비중 2019년엔 0% 예상

중국, 일본처럼 자국 선사 활용 국제경쟁력 키워야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2~3년 뒤 일감 절벽에 내몰리지 않으려면 정책 금융 등을 활용해 국내 해운사들이 쓸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하루빨리 발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해운사는 초대형 선단을 꾸려 효율성을 높이고 조선사는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겨 고용과 무역 등 국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두 산업을 살리자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최근 불황에도 자국 선사들의 발주로 버티듯 한국도 자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16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은 38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 114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1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은 지금까지 20만CGT(9척)만 수주해 중국(192만CGT)의 10분의1에 그치며 불황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조선사들은 2014~2015년 해양플랜트로 수조원대 적자에 낸 데 이어 올해는 수주가뭄으로 2~3년 뒤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이중고에 빠졌다.

특히 상선 분야의 대표 선종인 초대형컨테이너선은 중국과 일본의 추격으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된 1만2,000TEU(TEU는 6m 길이 컨테이너)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100% 한국이 만들었지만 중국·일본이 자국 발주 물량을 휩쓸며 한국의 점유율은 올해 77%, 내년 67%로 내리막길을 걷다 2018년에는 11%, 2019년 0%로 추락할 예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선사로서는 올해나 늦어도 내년까지 최대한 수주를 늘려야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저유가 장기화로 당분간 해양플랜트 발주를 기대하기 어렵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대부분 선사가 충분히 보유한데다 세계적인 선박 공급 과잉으로 기존 주문까지 취소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초대형 유조선 등 다른 선종에서도 뚜렷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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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국적선사가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조선사들을 수주 가뭄에서 구해내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은 2012~2014년 용선(임대)을 합쳐 1만2,000TEU 이상 선박 14척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지난해부터는 단 한 척의 신규 선박을 도입하지 못했다. 이는 최근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재편 과정에서 국적선사들이 주도권을 잡지 못한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비슷한 선단을 꾸린 해운사끼리 동맹을 맺는데 중소형 선박 위주의 국적선사들은 매력적인 짝짓기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조선사는 일감이, 해운사는 큰 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마련한 선박펀드를 기반 삼아 국내 금융의 힘을 발휘해 조선사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고 이를 국내 선사들에 빌려준다면 두 산업 모두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김우호 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해운·조선의 위기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12억달러의 정책펀드로 국적선사가 선박을 발주해 해운·조선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박 건조 계획을 미리 짜야 하는 조선사나 용선들의 반선(되돌려줌) 시기가 도래해 선단 규모가 축소될 수 있는 해운사 사정을 고려할 때 이런 조치는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세계적인 수주가뭄에 중국과 일본이 그나마 선방한 건 모두 자국 해운사의 발주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인 조선사와 해운사가 있는 우리도 스스로의 힘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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