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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현판 오자(誤字) 10년이나 방치

경복궁 교태전 남쪽 행각의 서편에 있는 보선당(輔宣堂) 현판. 조선시대 자료를 보면 ‘보의당’(輔宜堂)이 맞다. /연합뉴스경복궁 교태전 남쪽 행각의 서편에 있는 보선당(輔宣堂) 현판. 조선시대 자료를 보면 ‘보의당’(輔宜堂)이 맞다. /연합뉴스


조선 법궁인 경복궁의 현판 중 3개에 ‘잘못된 글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교태전 권역의 ‘보선당’과 함원전 권역의 ‘자선당’, ‘융화당’ 현판은 19세기 말에 제작된 경복궁 평면배치도인 ‘북궐도형’, 조선시대 문헌 ‘궁궐지’, ‘일성록’ 등과 대조했을 때 글자에 오류가 있다고 18일 밝혔다.


문화재청이 지난 2006년 연세대 국학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고궁현판 학술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오류가 적시됐음에도 이들 현판은 1995년 제작 당시부터 10년간 방치돼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태전 남쪽 행각의 서편에 있는 ‘보선당(輔宣堂)’ 현판은 본래 ‘보의당(輔宜堂)’이다. 보의는 ‘천지의 마땅함을 보상하다’는 뜻으로 주역의 ‘보상천지지의(輔相天地之宜)’에서 유래했다.


또 함원전 서쪽 행각에 있는 자선당(資善堂)과 융화당(隆化堂)은 각각 자안당(資安堂)과 융화당(隆和堂)이 올바른 이름이다. 특히 자선당은 경복궁 함원전 행각이 아니라 세자와 세자빈이 머물던 동궁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자선당은 1999년 복원돼 경복궁에는 한자가 똑같은 ‘자선당’ 현판이 두 개나 존재하는 상태다. 보고서는 함원전 권역의 두 현판에 대해 “1915년 이후 출판된 자료에 나오는 명칭으로 현판을 새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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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용역조사를 주도한 김영봉 연세대 강사는 연합뉴스에 “보의당과 보선당의 ‘의’자와 ‘선’자가 비슷해 헷갈린 것 같다. 자선당과 융화당은 잘못된 일제강점기 자료를 참고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1995년 현판 복원 당시 북궐도형과 일성록을 확인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글자에 오류가 있는 세 현판은 문화재청이 지난해 다시 용역 형태로 진행한 ‘궁궐현판 고증조사’에서는 문제 현판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를 수행한 역사건축기술연구소는 사료와 20세기 초반에 촬영된 사진 등을 근거로 바탕색, 글자색, 형태, 단청과 장식, 게시 위치가 잘못된 현판을 가려냈지만 세 현판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영봉 강사는 “기본적으로 문화재는 원래 모습이 유지돼야 하고 원형대로 복원해야 한다”며 “잘못된 현판은 하루빨리 원래 글자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류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현판은 교체할 계획”이라며 “수리할 시점이 되면 고증조사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희인턴기자 jh6945@sedaily.com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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