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파운드화의 굴욕...브렉시트 찬반투표에 신흥국 통화 취급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 올들어 2% 하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5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달러, 일본 엔과 함께 주요국 통화로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파운드화는 최근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신흥국 통화 수준으로 외면 받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브렉시트를 한 달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파운드화의 인기가 신흥국 통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파운드화와 신흥국 통화의 상관계수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일정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2월 제로 수준에서 이달 16일 0.41까지 치솟았다. 통화 상관계수는 -1부터 1까지 매겨지는데 -1이 두 통화의 밀접성이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면 1은 완전히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뜻한다. 블룸버그는 “브렉시트 투표가 다가오면서 파운드화와 신흥 시장 통화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외환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파운드화를 더이상 안전자산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파운드화의 이와 같은 굴욕은 낯선 것이다. 영국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 일본 엔과 함께 주요국 통화로서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돼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보유를 늘려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 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에도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파운드화를 사들였다.



파운드화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미국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는 올 들어 2% 이상 급락했다. 특히 지난 2월 파운드당 달러는 1.3836달러를 기록하면서 2009년 이후 7년 만에 파운드화 가치가 최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파운드화의 몰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시클루나 다이와캐피털마켓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투표가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파운드화가 신흥 시장 통화처럼 위험자산 취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더 레이첼트 코메르츠방크 투자전략가도 “영국 내에서 유럽연합(EU)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위축됐으며 이 결과 파운드화 가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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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여론이 EU 탈퇴로 기울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스위스 소재 줄리어스베어 금융그룹은 “여론이 EU 탈퇴로 기울 경우 파운드·달러 환율은 파운드당 1.2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브렉시트 투표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지지율은 현재 혼전 양산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여론조사업체 ORB가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반대가 55%, 찬성이 40%로 EU 잔류론이 탈퇴론보다 1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자 기준으로 브렉시트 반대가 51%, 찬성이 45%로 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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