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성과연봉제 도입.. 고민 깊은 권선주 기업은행장

산은·캠코와 상황 다르지만

당국 "모범 돼달라" 압박 속

노조 반발로 묘수찾기 힘들어

금융 공기업들이 잇따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노조와의 타협이 요원해 보이는데다 앞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산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와는 조직 규모나 상황이 달라 묘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이는 민간은행으로도 확산될 수 있어 금융 당국의 기대감은 다른 금융 공기관보다 높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은행 경영진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기업은행이 모범이 돼야 한다”며 성과주의 도입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기업은행 노조는 “성과주의 도입은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탓이다.


무엇보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예금보험공사 및 자산관리공사(캠코), 지난 17일 국책은행 중 최초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산업은행과는 맞닥뜨린 상황이 달라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16일을 비롯해 노조와 수차례 대화를 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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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산업은행의 경우 부실한 경영지표와 성과주의 도입을 통한 자본 확충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기업은행 경영진은 노조를 설득할 마땅한 명분이 없다. 실제 기업은행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기록한데다 직원 1인당 평균 당기순익 등의 생산성 지표에서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이나 캠코처럼 일일이 개별 동의서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은행의 임직원 수는 산업은행의 4배 이상인 1만3,000여명인데다 지점 수만 600여개에 달해 개별 동의서 징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동의서 징구 방식의 경우 어느 정도 강제성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은행 특유의 조직문화를 망쳐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과 측정 지표를 계량화하는 것 또한 타 금융 공기업에 비해 훨씬 더 품이 많이 든다. 기업은행은 투자금융(IB), 핀테크, 글로벌 사업,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등 여타 금융 공기업은 신경 쓰지 않는 분야까지 담당하고 있다. 사업부별로 역할 및 성과물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성과 지표를 만들든 내부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내달 청와대와 공기업 수장들 간 회동을 앞두고 있어 기업은행 경영진이 조만간 칼을 빼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은행 측은 이날부터 지역 본부장이 지점을 직접 방문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노조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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