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한국형 헤지펀드 100호·설정액 5조> 공모펀드 낮은수익·깜깜이 투자로 신뢰 뚝

■ 기는 공모펀드, 나는 사모펀드

설정액마저 사모펀드에 연내 추월당할 판





헤지펀드 부상의 이면에는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낮은 수익률에 비해 높은 판매·운용보수, 부족한 펀드 정보 접근성 등이 공모펀드를 외면하는 주된 요인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7년째 박스권에 갇혀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한 공모펀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투자자들은 공모펀드를 외면하고 있다.

공모펀드가 시장에서 소외되는 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모펀드가 급부상했다. 사모펀드는 이미 설정액에서도 200조원을 넘어서며 연내 공모펀드를 추월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공모펀드(국내외 모든 유형 포함) 설정액은 245조원, 사모펀드는 221조원으로 두 펀드 간 격차는 지난 2011년 말 78조원에서 24조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사모펀드 증가 규모는 111조원으로 같은 기간 공모펀드 증가 규모(57조원)의 2배에 달했다. 펀드 수로도 현재 공모펀드는 3,712개로 지난해 말 대비 34개가 줄어든 반면 사모펀드는 9,309개로 334개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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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가 위축된 배경에는 신뢰상실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경우 공모펀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최근에도 낮은 수익률은 공모펀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투자를 권하기도 무색할 만큼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여기다 10년간 국내 지수들의 움직임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운용하는 국내 액티브펀드의 경우 2012년 이후 20일까지 누적 15조6,916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동안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은 -10.58%를 기록했다.

공모펀드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금융상품들의 빠른 성장은 공모펀드의 부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고령화에 대비한 연금자산의 증가는 연기금의 투자자산으로 주로 활용하는 사모펀드로 자금이동을 촉진하고 있다. 3월 489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비중은 2008년 대비 7.3% 늘었고 사모전문투자회사(PEF)는 21.9%나 늘었다. 연기금 등 기관 외에 일반투자자들은 공모펀드를 대신해 원금보장 성격이 강한 저축성보험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8년 25조1,000억원이던 ELS 잔액은 4월 말 7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저금리 환경에서 대표적 자산관리 수단인 공모펀드 시장을 되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에서도 성과보수 도입과 공모펀드 운용사 자격 완화 등 시장 활성화 정책을 줄지어 내놓았다. 올 하반기부터 공모펀드도 고정 운용보수를 낮추고 투자자 수익에 연동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들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대형사 위주로 펀드 환매수수료를 폐지했지만 정작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상태”라며 “주식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한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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