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파리 그랑팔레에서 전시 중인 ‘흙·불·혼 한국 도자 명품전’ 현장에서 지난 18일(현지 시간)일 만난 그는 “한국 도자기의 미니멀리즘에 매료됐다”며 “색과 형태 그리고 그 안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굉장히 독특한데, 이것이 한국 도자기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융핑은 다니엘 뷔랑, 리처드 세라, 아니시 카푸어 등 세계적 거장들이 초청된 그랑팔레 모뉴멘타전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13,500㎡의 대형 공간에서 내달 16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천안문 사태 이후 파리로 망명한 그는 중국 전통 문화에 유입된 서구 사상의 충돌을 담은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왔고 지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프랑스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이번 ‘한국 도자명품전’에서 그의 눈길을 오래 끈 작품은 국보 제91호인 신라시대 ‘기마인물형토기’였다. 그는 “중국에서도 본 적 없는 매우 흥미로운 스타일”이라며 “여러 겹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윗부분에 있는 구멍 안으로 액체를 넣어 말의 턱 아래 길쭉한 통로로 물을 따르는 방식의 주전자라는 게 독특하다”고 평했다. 그는 “5~6세기 신라시대에 제작된 굉장히 오래된 작품임에도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이우환과 도예가 박영숙이 공동 창작한 청화백자, 도자 제작의 주요 요소인 흙·물·불·바람을 소재로 한 김수자의 영상작품 ‘지수화풍’ 등에도 관심을 보이며 전통 도자부터 현대미술까지 함께 선보인 이번 전시의 관람을 권했다. /파리=글·사진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