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눈> 진흙탕 싸움 된 방통융합

경제부 임세원기자

SK텔레콤의 케이블방송사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인수를 결정하고 올해 4월1일을 합병 기일로 삼았지만 이 인수가 경쟁을 제한하는지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심사는 공정위뿐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한다. 반년이 가도록 넘어야 할 세 고개 중 하나도 넘지 못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심사를 늦게 해서 케이블 업계의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가 승인될 경우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이 강화되고 소비자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한 공중파 방송은 해당 업체를 표적 삼아 연일 포화를 퍼붓고 있다.


방송·통신의 첫 융합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데는 공정위의 늑장심사가 큰 원인이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이 문제와 관련, “곧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참고할 보고서가 3월 말에야 나왔다. 방송과 통신의 첫 융합이라 생각보다 볼 게 많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자 찬성하는 측은 정부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업계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하고 반대하는 측은 처음부터 졸속으로 심사했다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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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막대한 이권이 달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심판 역할을 하는 공정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고심하는 사이 이해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이것이 다시 공정위의 중립성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공정위가 심사와 조치를 제대로 하느라 시간을 들인다면 176일(심사기일)이든, 200일이든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눈치를 보느라 결론을 미룬다면 이 모든 진흙탕 싸움의 책임은 공정위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바둑에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난다’는 격언이 있다. 지금은 장고 자체가 악수가 돼버렸다.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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