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김성강 로보케어 대표 "로봇도 플랫폼 사업…이통사 등 대기업이 생태계 조성을"

선진국과 기술격차 다소 있지만

감성형 로봇은 경쟁력 충분

2년쯤 후엔 노트북과 가격 비슷

집집마다 로봇있는 세상될 것

치매치료에 활용 가능 '실벗' 등

가을부터 中企대상 영업 본격화

물류용 등으로 다각화도 추진

김성강 로보케어 대표가 최근 서울경제신문 고광본 정보산업부장 등 취재진과 만나 “로보케어는 10여년 간 1,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로봇 기술을 축적해 왔다”며 글로벌 로봇업체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제공=로보케어김성강 로보케어 대표가 최근 서울경제신문 고광본 정보산업부장 등 취재진과 만나 “로보케어는 10여년 간 1,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로봇 기술을 축적해 왔다”며 글로벌 로봇업체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제공=로보케어




사무실에 들어서자 로봇이 “안녕하세요.”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의 얼굴(스크린 화면)에 있는 스케쥴 표를 누르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며 앞장선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악수를 청한 뒤 총총히 입구로 돌아간다. 마주오는 직원도 척척 피해간다.


로보케어의 판교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지능형 로봇 ‘실벗’의 모습이다. 실벗은 임직원들에게 점심 메뉴 등도 알려주는 등 귀여움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신라호텔에서 ‘인공지능과 바이오’를 주제로 개최한 서울포럼에서도 안내를 맡았다. 지능형 로봇 ‘키보’는 당시 무대에서 가수들과 함께 춤을 추는가 하면 사회자의 인터뷰에도 응했다. 김성강 로보케어 대표는 “2년쯤 뒤에는 로봇 가격이 노트북과 비슷해지면서 집에 로봇 한 대씩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와 인간을 매개하는 로봇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케어는 실벗 외에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 ‘키보’와 탁상형 로봇 ‘메로’를 개발했다. 인공지능을 결합해 일정부분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연구개발에만 집중하느라 적자가 지속됐는데 로봇 기술력을 높이고 다양한 로봇을 내놓아 오는 10월부터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영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케어의 출발은 옛 과학기술부가 2003년 로봇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조직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두면서 시작된다. 다수 산학연 합동연구를 거처 2012년 KIST 제1호 출자기업으로 출범했다. 10년 넘게 감성로봇 연구에 집중해 감성 표현과 센서 인지 기술, 자율주행기술 등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10년 넘게 1,300억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로봇들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말 KIST에서 독립해 반도체장비회사인 코스닥 상장사인 GST와 김 대표, 임직원이 7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고, KIST는 30% 지분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2005년에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하는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싸이맥스’를 창업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당시 수입산이 8,000만원에 달하던 상황에서 3,000만원에 동급 제품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2014년 코스닥 상장을 전후로 싸이맥스를 떠나 지난해 로보케어 사령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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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케어는 우선 의료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치매 환자의 상황에 맞춰 게임 등 간단한 놀이를 하며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 노블카운티, 강남구 치매센터, 경기광역치매센터 등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의 덴마크 복지관에서도 실벗을 치매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폐아, 치매 환자,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아 등이 오히려 로봇을 더 편하게 대하기도 해 집중력과 인지능력 향상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수준 높은 로봇 기술을 확보한 곳은 로보케어 외에 오준호 교수가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도다. 미국(IBM), 일본(소프트뱅크)에서 대기업이 주도해 휴대폰 판매 로봇 등을 상용화하는 등 멀찌감치 앞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선진국과의 로봇 기술 격차는 1년 8개월 가량이다. 산쿄, 가와사키, 야스카와 등 일본 기업이 산업용 로봇을, ABB 등 유럽 기업이 물류 로봇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우수한 정보통신(IT) 인프라와 이공계 인재 등을 확보하고 있어 인지 센서와 감성 표현 기술 등을 활용한 감성형 로봇 분야에서 앞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카메라, 각종 센서 등의 제품이 뒷받침돼야 로봇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며 “로봇 산업도 휴대폰 사업과 같은 플랫폼 사업으로 대기업이 적극 뛰어들어 로봇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할 기반을 갖춘 이통사들이 로봇 플랫폼의 적합한 사업자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빌딩가에서 로봇이 커피나 식사를 배달해주고 가게에서 수수료를 일정부분 받는 식의 물류 로봇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피트니스 VR(가상현실)’로봇 △어른들을 위한 스마트 장난감 △유비쿼터스 로봇 등 12개 주제를 놓고 조만간 워크숍을 통해 중점 로봇 3가지를 정할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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