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허괴물 조세회피' 첫 제동

법원 "인텔렉추얼 벤처스 계약 막판 내세운 자회사는 '도관 회사'…과세 정당"





글로벌 특허괴물이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내면서도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은 내지 않는 관행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구글세 도입’ 등 다국적기업의 무분별한 조세회피를 규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판결이라 주목된다.

韓-아일랜드 조세 협약 꼼수



서울고법 행정1부(최상열 부장판사)는 24일 삼성전자가 “특허전문관리업체 인텔렉추얼벤처스(IV)에 지급한 특허사용료에 과세당국이 물린 법인세 등 706억원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IV의 조세회피가 인정된다”며 706억원 중 15억원은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11월 IV가 보유한 3만2,000여개 특허를 사용하는 대신 3억7,000만달러(약 4,282억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IV는 막대한 보유특허를 무기로 수익을 올리고 소송도 서슴지 않아 세계 1위 ‘특허괴물’로 불린다. 이때 IV는 미국 본사가 아닌 아일랜드 자회사 IV IL을 내세워 계약했다. 한미 조세협약에 따르면 특허사용료에 대해 15%의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을 적용하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법원 “실제 수익 올린 기업은 美본사”


하지만 국내 과세당국은 “삼성과의 거래로 실제 수익을 올린 회사는 미국 본사이며 아일랜드 회사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에 불과하다”는 판단 아래 2012년 3월 삼성전자에 법인세와 가산세 등 706억원을 원천징수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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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삼성과 과세당국의 분쟁으로 비치지만 실제는 조세회피 전략을 구사한 IV와 국세청의 싸움이었다.

1심인 수원지법은 지난해 5월 “조세회피를 인정할 수 없다”며 706억원 전부를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IV IL이 미국 본사와 독립돼 사업활동을 하고 있고 다국적기업이 조세 부담이 적은 나라에 자회사를 세워 거래했다는 이유로 조세회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IV와 거래를 한 팬택이 낸 세금 소송 1심에서도 조세회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 사건 2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IV IL이 삼성과 거래 직후 미국 본사에 사용료 수익의 99.9%를 송금한 사실 등을 보면 아일랜드 회사는 도관회사로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IV가 삼성에 사용을 허락한 특허 대부분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임을 고려해 ‘국내 등록 특허’의 사용료에 대한 과세 15억원만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구글세’ 국제사회와 궤 같이해



국세청 관계자는 “법원에서 다국적 특허괴물의 조세회피를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특허괴물 기업들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관행에 제약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과세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상고심에서 계속 다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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