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이란 건설시장, 균형잡힌 시각으로 기회와 위험에 대처하자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사진제공=해외건설협회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사진제공=해외건설협회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지난해 7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 조치가 시행된 지 3년 만에 서방 6개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됐으며 올 1월 그에 따른 공동행동계획(JCPOA) 이행과 함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 시장이 다시금 글로벌 경제 체제에 편입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 석유·가스 매장량 등 측면에서 잠재력이 매우 큰 이란 시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저유가에 따른 프로젝트 지연·취소로 수주 절벽에 맞닥뜨린 건설업체로서는 1,000억달러 내외로 추산되는 이란 건설시장이야말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주요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제재 해제 후 제일 먼저 이란을 방문해 고속철도·원전 등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양국 간 교역 규모를 10년 내에 6,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기회 삼아 이란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8월에는 일본 아베 총리도 이란을 방문할 계획인데, 이란 시장 진출을 두고 펼쳐지는 글로벌 각축전의 열기는 한층 뜨거워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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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렇듯 치열한 국가 대항전의 와중에서도 이번 대통령 방문을 통해 371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해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재 해제로 새롭게 열리게 될 이란 건설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MOU가 실제적인 계약을 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양국 정상회담 기간 동안 체결된 MOU로서 심리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란 시장이야말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불확실성, 즉 리스크의 장이다. 경제 제제 해제에도 불구하고 테러 행위 등과 관련된 미국의 독자 제제는 여전히 유효하며 JCPOA 이행일 이후 10년 동안은 합의 위반시 언제든 경제 제제를 되살릴 수 있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對 이란 경제 제제가 길었던 만큼 정상적인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현 단계에서 MOU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는 이란 시장의 기회와 위험을 냉정하게 형량하고 진정한 비즈니스를 준비해야 할 때다. 현지의 여러 정황으로 판단컨대 이란에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재원뿐만 아니라 사업구도 자체에 대한 솔루션을 우리가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우선 이란 정부의 부족한 재정 여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이 협력하여 금융 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불어 프로젝트 전체 가치사슬(V/C)을 아우르는 사업구도를 짤 수 있도록 실적과 평판을 보유한 공기업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양자 개발협력을 통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대형 건설업체 및 정책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이 국내 참여자 간 협력을 통해 이란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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