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싱크탱크 사단법인 ‘새한국의비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창립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의화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싱크탱크인 ‘새한국의비전’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싱크탱크 출범은) 내년 대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국(大國)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보태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내년 대선 도전을 시사한 정 의장이 싱크탱크인 ‘새한국의비전’을 통해 하반기 신당 창당 등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싱크탱크에 주어진 핵심 역할이 개헌논의를 위한 여론조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당 등 정치결사체를 위한 플랫폼은 아니더라도, 정 의장의 대권행보를 위한 어젠다 설정 등을 위한 핵심브레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 의장은 창립 기념사를 통해 “단임제를 선택했던 시기의 장기집권 우려는 사라진 지 오래고 이미 권력집중 등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헌을 통해 단임제의 흠결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민감한 이슈인 개헌문제를 자신의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면서 언급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어 “내년 대선에서 각 당의 모든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 권한집중을 해결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 등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며 “제 정당들도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이를 뒷받침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순간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정 의장은 또 “일부에서는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개헌이냐고 말을 하지만 개헌은 민생과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며 “오히려 개헌이 민생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전에도 개헌 논의가 나올때 마다 ‘민생문제 해결이 급하지 개헌논의를 진행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는 식으로 말해 왔다.
지금까지 개헌논의가 간간히 이어져 왔지만, 그때마다 ‘민생 우선’이라는 논리 앞에 동력을 잃어 왔지만, 정 의장의 이날 이를 일축한 것이다. 정 의장은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길이고 정치체계를 잘 갖춰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생결단과 적대의 정치, 지역패권을 불러온 지금의 선거제도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정 의장의 이날 발언으로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를 촉발하기 위해 각종 이론과 정책방향, 전략 등을 제시하는 전문기구로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싱크탱크의 연구원장을 맡기로 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차기 대선에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텐데 이 정권의 중요한 개혁 의제는 무엇이고 시행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를 연구하는 정책과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싱크탱크가 단순한 정부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기관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장은 전날(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에도 정치를 떠나지 않겠다”며 “중도세력를 모을 빅 텐트를 펼치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대권도전 의지를 내보였다. 다만 신당 창당 등 정치결사체 조직이나 야권과의 연대설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당을 만들겠다고 단언한 적이 없다”며 “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름 지을 수 없듯이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정 의장은 “정치결사체를 구상하고 있는데 정치권 외곽에서 조언하는 원로집단도 하나의 결사체이고 새 정당으로 태어나는 것도 (정치) 결사체”라며 “오는 10월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식에는 500여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120여명의 발기인에는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이자 원조 소장파 격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일원인 정병국 의원과 또 다른 비주류 중진 정두언 의원, 최근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사퇴한 김용태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합리적 보수’ 기치를 내세웠던 새누리당 출신인 유승민 무소속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조해진·권은희·류성걸 무소속 의원 등이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과 우윤근 더민주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문직을 맡을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뉴라이트운동의 브레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고 또 다른 고문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정치권에서는 대권 도전설까지 나도는 정 의장의 이 같은 정치적 포석이 향후 개헌 논의나 대선 과정의 정계개편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축사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야당의 두 대표가 맡았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축사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미래 10년을 잘할 수 있겠느냐 (고민하는) 초석이 돼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제 한국 사회는 보수든 진보든 합리적이고, 개혁적이고, 성찰적인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협력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각을 세워 온 정 의장의 싱크탱크 창립 기념식에 여당 원내대표가 참석하기는 껄끄러웠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당 주류와 정 의장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 퇴임과 함께 원래 당적인 새누리당으로 자동 복귀하는 문제와 관련 “저의 (복당 여부 등) 거취는 새누리당이 대오각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 보수, 이런 보수라고 계속 인식한다면 퇴임 후 새누리당에 자동 입당이 되더라도 탈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 참여회원 현황 (가나다순)
이사장 정의화
고문단 김덕룡 김문조 김병준 김진현 박관용 박광태 박세일 윤증현 이각범 이성춘 이종찬 임현진 정덕구 최상용 최석원 최협
임원단 구대영 김성 박경흠 안성열 이수원
창립회원
자문위원
권은희 길정우 김동철 김성곤 김성동 김성원 김영주 김용태 김장실 김정록 김춘진 류성걸 문정림 박명재 박윤옥 박인숙 신의진 안재홍 양창영 염동열 우윤근 윤석용 이신범 이원복 이윤석 이춘식 임해규 정두언 정병국 정진섭 조명철 조해진 주영순 진영 채수찬 최봉홍
기획위원
강대임 강병수 고성일 구해우 권기돈 권기헌 권영건 김갑준 김대영 김민기 김민수 김상국 김상봉 김성은 김수홍 김영배 김원률 김원철 김유환 김은숙 김인철 김일출 김장수 김재영 김종렬 김좌우태 김준기 김중대 김진태 김철수 김철호 김태준 김택환 김현명 김현태 김흥규 남성욱 노무종 노전표 노현종 도용복 류승호 류영아 문기봉 문형욱 박광무 박병규 박병원 박삼석 박상근 박상현 박인화 박재순 박재완 박정원 박종규 박창일 박흥석 박흥수 박흥신 서병문 서승만 서영진 설대우 성재현 성재호 성희엽 손태완 신박제 신정택 신중식 신헌철 심경환 심의표 안선회 양승함 여명주 오병삼 오세제 원만희 유성식 유태전 윤형주 이규식 이기우 이덕만 이명우 이민경 이병철 이상기 이용문 이원덕 이정록 이종길 이종원 이주호 이준한 이창한 이채필 이희정 임동혁 임성호 임중연 임태수 장문호 장영란 전종민 정덕구 정덕훈 정영식 정원욱 정인철 정재학 조용 조태룡 최동주 최범영 최수기 최준구 최형림 최형욱 표양호 하경찬 하한출 한성구 허동우 허두회 허영재허정 홍수희 홍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