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체인 A사는 지난해 튼 살 개선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했다. 출산이나 다이어트 등으로 피부가 늘어나면서 생긴 띠와 주름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A업체는 한국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화장품 표시·광고 기준에 따르면 ‘튼 살’이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표현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결합한 코스메슈티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식약처의 까다로운 화장품 표시·광고 기준 때문에 제품의 효능을 자세히 알릴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식약처의 화장품 표시·광고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화장품·바이오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격한 식약처의 기준 때문에 제품 효능을 제대로 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화장품법과 화장품표시광고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화장품 광고 시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서는 안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기능성 화장품이라도 △미백 △자외선차단 △주름개선 등 세 가지 문구만 광고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의 문구를 사용하면 모두 광고표시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여드름 증상과 관련해서 ‘여드름성 피부에 적합하다’는 정도는 화장품 용기에 표시할 수 있지만 ‘여드름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의 문구는 사용할 수 없다.
화장품·바이오 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코스메슈티컬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코스메슈티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화장품의 효능을 어느 정도 표기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입증 자료만 있으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아니더라도 ‘질병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정도는 표기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화장품 업체 연구소장도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 제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며 “코슈메디컬 산업이 성장하려면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제도 개선도 뒷받침돼야 된다”고 밝혔다. 미국도 기능성 화장품을 일반의약품으로 간주하고 화장품의 효능을 용기에 표시하고 광고하는 것을 일정 수준까지 허용한다.
식약처는 의약품 수준 까지는 아니지만 업계 트렌드를 반영해 화장품 효능을 어느 정도 표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주목하고 있으며 업계의 의견도 다양한 경로로 듣고 있다”며 “다만 화장품에 의약품 효능을 표시하도록 허용하면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오·남용할 가능성 있어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 개선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K뷰티 사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힌 만큼 화장품 표시·광고 기준 완화도 적극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