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임종룡 “한국 금융시장 은행 비중 과도해… 자본시장 중심 정책 펼 것”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면 기고문

제10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강연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서울경제DB제10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강연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서울경제DB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7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금융시장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은행부문의 비중이 큰 불균형한 구조로 되어 있다”며 “앞으로는 자본시장을 한국 금융의 중심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임 위원장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 전문.

△ 한국의 금융개혁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확산시키고자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금융개혁을 추진 중이다. 우리의 이런 노력은 이미 한국 국민들의 금융생활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손쉽게 계좌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ISA가 도입되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자산관리가 가능해졌다.

근본적인 변화를 일궈내기 위해 금융당국부터 바뀌었다. 일일이 간섭하는 코치가 아니라 시장 공정성을 확보하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심판이 되고자 하였다. 규제를 완화하고 감독관행도 합리화 하였다.

특히 금융사에게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부담을 안겨주었던 그림자 규제를 철폐하고자 했다.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그림자규제는 필자가 금융지주회사 CEO로 일할 때 가장 문제라고 느꼈던 점이다. 모두 700개에 달하던 것을 꼭 필요한 50개만 남기고 폐지하였다.


금융개혁에는 금융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였다. 처음에는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진 듯 했으나, 지난 1년간 600여 곳의 금융회사를 방문하여 4,000건이 넘는 규제개선 건의를 들었다.

관련기사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열린 태도에 호응하여 모호한 금융 규제 해석을 요구하는 비조치의견서가 158건이나 접수되었다. 2014년까지 10년 간 단 10건만 접수된 것과는 확연히 비교 되는 수치이다.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정부와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시대의 흐름인 핀테크 혁명에 적극 동참하려 하였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경쟁국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으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사 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규제 장벽도 낮췄다.

그 결과 한국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금융 서비스가 탄생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올해부터 도입되어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온라인 계좌이동서비스 시행으로 지난 6개월간 3백만건 이상의 계좌가 이동하여 은행간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인가를 받아 개점을 준비 중이다.

한국 정부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소비자들을 위해 핀테크 산업을 계속 활성화 시켜 나갈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네트워크와 유수의 ICT기업 등 한국의 뛰어난 인프라는 분명 경쟁국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큰 장점일 것이다.

셋째, 자본시장을 한국 금융의 중심으로 삼으려 한다. 한국 금융시장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은행부분의 비중이 큰 불균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혁신적인 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이 흘러가도록 촉진할 것이다.

거래소 구조 개편을 통해 거래소간 경쟁을 촉진하여 활발한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 마치 빈틈을 채워주는 물과 같이 필요한 곳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할 것이다.

넷째, 외국계 금융회사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의 경쟁과 혁신의 확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외국계 금융회사의 오랜 요청사항이던 정보처리 국외위탁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으며,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를 대행하는 증권사나 보관기관의 통합계좌(omnibus accounts) 이용도 내년부터 허용하기로 하였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는 한 국가만이 아니라 지구촌 구성원 모두의 삶을 개선시킬 수단이 될 것이다. 지금의 금융개혁 노력이 결실을 맺어 향후 국제적인 모범사례가 되더라도 놀랄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지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